한미 두나라 경제관계에 지금 이상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어느쪽도
공식으로건 비공식으로건 정부입장을 딱 부러지게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최근 한국에서 일고있는 과소비자제바람을 미국이 통상정책차원에서
문제삼을 기미가 보이고있고 한국정부는 대응준비에 부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의 저널 오브 커머스지는 작년에 한국의 농업전문지에 실린
수입농산물배격관련 시사만화를 그대로 옮겨 당시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껄끄럽던 두나라관계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신문은 다시 월스트리트 저널등 다른
언론매체와 함께 한국내의 과소비억제운동을 정부주도의 반수입운동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있다는 보도가 전해지고있다.
이런 신문보도들이 미국정부의 시각과 직접으로 연관이있거나 또는
책임있는 당국자가 일부러 흘린 결과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게 볼 어떤
증거도 우리는 갖고 있지않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미국정부가 공식항의를
제기하기에 앞서 주요 언론들이 앞장서서 한국의 과소비억제와
수입품구매자제운동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던 예에 비추어 미국정부가
조만간 모종의 태도표명을 할 공산이 내다 보인다. 하긴 최근 한국을
다녀간 낸시 애덤스 미통상대표부(USTR)부대표보는 한국내의 분위기를
광범하게 살폈고 동시에 폭넓은 접촉을하고돌아간것으로안다.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이나 앞으로 취할 행동이 아직 분명치않은 상황에서
국내의 과소비억제문제가 유발할는지 모를 한미간 통상마찰을 지레
짐작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양국간
경제협력관계가 통상과 자본 기술교류등 모든 분야에서 결코 상대의 비중을
가볍게 볼수없는 처지인데도 최근들어 마찰이 잦아지는 현실은 유감이
아닐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두나라가 이 문제를 놓고 또다시 공방을
벌이는 일은 피해야한다고 믿는다.
국내의 과소비억제운동을 둘러싼 한미간의 마찰은 자칫 이성과 객관적
논리보다 감정싸움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그와같은 사태는 어느쪽에도
이롭지 않으며 따라서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한다. 그리고
그러기위해서는 한국의 최근 경제현실과 한미간 교역동향에대한 올바른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LA타임스와같은 미국의 다른 언론매체들이 최근 보도하고 있듯이 한국의
근로자는 이제 과거와 다르며 한국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관광하는 일"에
더 열을 올리고있다. 한국국민은 이런 보도를 결코 과장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깊이 자성하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한 호황기간중의 흑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크지만 달라진 근노환경등으로 제조업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위에 정부 기업
가계할것없이 모든 경제주체의 과소비로 지금 경제가 극도의 곤경에 처하게
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그 결과 과소비억제운동이 먼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출현했고 여타 민간사회단체로 번지고 있는게 오늘의
한국사회 현실이다. 이 운동이 결코 정부와 어떤 연관이 있는건 절대로
아니며 순수한 민간의 자발적운동임을 미국 조야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이제 더이상 과거의 권위주의정부가 아니며 국민을 강압으로
움직이게 할수없는 현실을 미국은 모르지않을 것이다. 과격한 노동운동을
공권력으로 대응해 보기도했으나 결국 오늘과 같은 고임금과 인력난에
직면하게 된것과 마찬가지로 과소비억제운동은 경제난국에 대한
조건반사적운동으로 정부입장과는 관계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미국 조야는 또한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미국은 특히 한미간 무역수지가 이제 적자로 전환된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80년대들어 3저덕분에 한국은 대미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가 한때는 연간(87년)1백억달러에 육박하기도 했었다.
때문에 한국은 강한 개방압력에 직면해야했고 도리없이 대부분
수용해야했다. 미국이 공정무역을 앞세웠지만 그것을 정당화한 현실적
명분은 역시 양국간의 심한 무역수지 불균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의 24억달러 흑자를 끝으로
대미무역수지는 금년들어 7월말현재 벌써 1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이라고까지 말할수는 없어도 8월말로 도합 90억달러에
육박한 무역적자에는 분명 미국도 한몫을 했다. 또 한국의 무역수지악화와
최근의 미무역수지개선간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할수없다. 어려운 중에도
우리는 걸프전비일부를 분담했고 시장개방약속을 충실하게 실천했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방을 후퇴시킬수는 없다고 믿으며 그와 아울러 민간의
자발적 과소비억제운동도 정부가 개입할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세계에는 바야흐로 새로운 경제질서가 태동중이다. 그것이 장차 어떤
모습이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속의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과거 어느때보다 커졌고 장차도 그럴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미국이 타국의 경계의 대상이 되지않고 자신과 세계경제를
번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자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뭔가 달라져야
한다. 한미통상관계에서 우선 그점을 확인할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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