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등유의 가격은 정부의 자율화조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종전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유가자율화 이후에도
대부분의 주유소가 종전의 가격을 그대로 받는 등 자율화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와 주유소가 사실상 경쟁을
회피, 자율화조치로 기대됐던 유가 인하의 효과는 한동안 전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각 정유사들은 자율화조치 이전에 소속 대리점과 주유소에 이미
공급가격을 당분간 종전대로 하겠다고 통보했으며 주유소업자들 역시
현행 가격체제를 유지한다는 내부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현재 중질유 분해시설 등의 건설로 인한 자금난으로 각
회사마다 곧 가격경쟁에 들어가기는 힘든 실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휘발유와 등유 가격의 경쟁에 들어갈 경우 정유사는 현재 정부시책에
의해 손해를 보고 있는 벙커C유와 경유 등 산업용 연료의 판매에 따른
손실보전이 그나마 불가능, 자금난이 가중되기 때문에 전체 유가의
자율화로 산업용 연료의 가격을 인상하기 전에 휘발유와 등유만의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들어가기는 무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유소 거리제한 철폐와 관련, 행동일치를 보였던
주유소업자들 역시 정유사들이 가격경쟁을 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각자
손해를 감수하며 출혈경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유소업자들은 자율화 이전에도 정유사로부터 자금융자와 음성적인
가격할인 공급 등의 혜택을 받아왔기 때문에 가격경쟁에 들어가기 위해
정유사에게 공식적으로 공급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등유의 국내 가격은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변하기
전에는 특별한 변동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유류판매
성수기인 겨울철이 다가옴에 따라 가격 인하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 정유사들은 가격경쟁이 아닌 자금융자와 지원 등의 방법으로
주유소 확보를 통한 판매경쟁에만 나설 것으로 보여 유가 자율화에 따른
소비자혜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