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보수강경파들의 쿠데타를 `3일천하''로 막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22일 러시아공화국 의사당
밖에서 개최된 집회에서 수만명의 지지자들로부터 러시아의 구세주로
환호를 받았다.
옐친대통령은 의사당 뒤편의 광장을 가득메운 군중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동안 백.청.적의 러시아공화국 대형 삼색기가 내걸린 발코니에
서서 얼굴 가득 웃음 을 지으며 군중들의 지지에 답했다.
그는 군중들에게 "쿠데타는 분쇄됐으며 주동자들은 모두 체포됐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옐친은 또 러시아가 없었다면 소련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잠시나마 실 각시켰던 국가비상사태위원회에 저항하는데 무기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옐친의 이같은 연설은 군중들이 "로시야(러시아)","스포보다(자유)"
등을 외치는 바람에 자주 중단되기도 했는데 군중들은 옐친이 쿠데타를
주도한 8인위원회 를 들먹일 때마다 휘파람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
무더위속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서 군중들은 지난 20일 밤 군과의
충돌로 사망한 희생자 4명을 추모하기 위해 1분간 묵념을 했으며 옐친은
"가장 침통한 국가범죄가 저질러졌으며 반역자들인 범죄자는 재판에
회부되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을 모두 마친 옐친은 대형 삼색기를 들어 군중들을 향해 힘차게
흔들었으며 이어 의사당 옥상에 게양됐던 구공화국기가 내려지고 새로
채택된 삼색기가 게양됐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은 옐친에게
소련의 최고 훈장인 소련영웅장이 수여돼야 한다고 제안해 군중들로부터
발수갈채를 받았다.
집회를 마친 군중들은 "타도 공산당"등의 구호를 외치며 모스크바 중앙
칼리 닌가의 6차선 도로를 따라 붉은광장으로 행진해 갔으나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 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약 2만여명의 시민들은 크렘린궁 곁의 마네즈광장에 모여
공산당 강 경파들을 비난하는 연설을 들었다.
작가 알레스 아다모비치는 군중들에게 "지난 1945년 소련병사들은
전체주의 독 일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붉은광장에서 행진을
벌였으며 이제 우리가 이곳에 돌아와 우리들 자신의 전체주의에 대한
승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