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 이틀째인 20일 소련 국가비상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연방군정
예부대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러시아공화국청사에 대한 야간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항하는 옐친지지 연방군일부와 시민들이
정면대응 채비를 갖추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파블로프총리, 야조프국방장관 및 크류츠코프 KGB의장이
고르바초프의 경우와 같이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국가비상위원회
위원직을 수행할수 없게돼 사임했다고 공식발표된 한편 옐친이 이날 저녁
체포됐다는 설이 나도는 등 소련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상태를
치닫고 있다.
러시아공화국청사로 이르는 모든 도로와 다리에는 일반버스,
트롤리버스, 철근, 대형 시멘트 등으로 몇겹의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20일 하오 연방군 공격이 임박해지면서 기중기까지 동원해 공격저지선을
구축해 놓고 있다.
자신의 직업을 대학교수라고 밝힌 니콜라예브나라는 50대 여인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 났다.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항복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바실리(29)씨는 고르바초프의 경제정책으로 생활이 더욱더
어려워진데 대해 강한 불만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방법으로는
안된다. 고르비가 물러나려면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극동군관구에서 복무했다는 예비역 장교 안드레이(36)씨는 "현재
모스크바에는 옐친을 지지하는 현역 장교들이 많기 때문에 그를 제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국청사 주변에 배치된 탱크 주위에는 많은 시민들이 탱크
병사들과 담소하는 모습이 많았다. 이날 하오 3시30분경 청사 맞은편
우크라이나호텔 근처의 다리에 2대의 탱크가 나타나자 긴장한
중년부인들이 다가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느냐"고 물었다.
부인들은 "우리들은 옐친을 지키기 위해 왔소"라는 병사들의 답변을
듣고 두손을 합장한 채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정말 잘 왔어요. 부디
건강하세요"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수많은 외국인 기자들이 청사 주변에서 취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총은 가져오지 않고 펜대만 굴린다"고 말하면서도 정확한
보도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한편 시내 곳곳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한 많은 시민들이 양손에 빵
등 식량이 가득들은 보따리를 들고 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삼엄한 경계망이 펼쳐진 크렘린궁 일대에는 신형 탱크와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몇겹으로 배치돼 있으며 검은 베레모의
특수군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들에게 다가가 "우리들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가"고 묻자
검은 베레모의 군인들은 "우리는 인민과 함께 있다. 상부로부터 아무런
지시도 받은 바 없다"면서 굳은 표정을 지었다.
공화국청사에 포진한 탱크와 장갑차에 비해 이들의 장비는
최신형이었으며 이들은 친옐친 군인과는 달리 모두가 기관단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소련정국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20일 오전부터 호텔에
투숙중인 외국인들이 서둘러 출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때문에 비행기표 예약이 힘들 정도이며 세레메티에보 국제공항
로비의 외국인들이 탑승전까지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외국항공사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편 모스크바 진출 국내 상사들은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2-3
일내로 우선 가족들만 출국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