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항터미널 601호 소련상공회의소에는 나자로프소장이
휴가중인 상태에서 소련인 직원 4명이 모두 자리를 비운채 여직원 홍정현 양
(24) 혼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홍양은 "오전까지 평소대로 일해오다 고르바초프 실각 소식이 이날 낮
12시30분께 장문의 텔렉스로 입전된뒤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어디론가
나가버렸다"며 "K상사에서 거래가 계속될 지 여부에 대한 문의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이날 소련과의 한약재 수출입관계로 상공회의소를 찾아왔다는
한덕수씨(72.회사원)는 "오는 28일까지 출국하기로 소련측 상사와 약속이
돼 있는데 갑작스런 상황변화로 사업을 망치게 됐다"고 실망을
금치못했다.
한편 이 건물 1층에 있는 소련 국영 아에로플로트항공(서울지점장
파블리우크 비탈리) 예약창구에는 고르바초프 실각설이 보도된 뒤 각종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예약담당 직원 오모양(25)은 "예정된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지
않았느냐는 등의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으나 위로부터 특별한
지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운항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사측은 "서울에서 상해를 거처 모스크바까지 직항하는 비행기가
일주일에 두편씩 정기운항하고 있으며 오는 21일 하오 3시20분과 23일 하오
2시1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의 좌석(1백32석)도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