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미국대통령은 이번 미.소정상회담을 "냉전종식후 첫 정상회담"이라고
규정했다. 말하자면 탈냉전시대의 미.소관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첫회담인 셈이다.
전략무기감축협정(TART)이 이회담에서 마무리된다는 점이 아주
상징적이다.
냉전시대 미.소간의 핵군축협정은 이른바 정치적 데탕트의 군사적
표현이었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두나라가 필요이상의 출혈적
군비경쟁을 지양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두 강대국간의 정치적 영향권을
서로 존중해준다는 군사.정치협조관계의 모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체결될 이 전략핵무기감축협정은 냉전시대 두 강대국이 세계를
군사.정치적으로 분할지배한다는 발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군비의
증강을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데탕트식 군축"이라면 이번처럼
보유전력의 30%를 한꺼번에 삭감하는 것은 양국이 군사체제자체를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 유럽에서 소련이 제창한 것처럼 "공격하기에는 불충분하고
방어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탈냉전시대 세계전략개념이 이제 이번
회담으로 세계화하게 되었으며 앞으로는 군사부담으로부터 해방되는
"평화배당"이 세계적으로나 나라안에서나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하게
될것이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시설사찰문제가 제기되는등
걸프전이래 전환기 세계에서의 평화확보문제는 계속 양국의 관심사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소정상회담에서 벌써부터 주목을 끄는 것은 미소관계의
경제적 측면이다. 29일 외신은 "미국에서는 소련을 뉴 프런티어로
간주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든가 소련이 민주화와 시장경제전환에
성공할 경우 "무한한 잠재적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일본이나 유럽과의
각축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이 소련에
최혜국대우를 부여하기로 한 것이나 반대로 소련이 지난번 G7회담을 앞두고
100%외자기업을 허용하고 이번에 새로운 당강령을 채택한 것들은 이런
방향에서 미소가 양국의 경제협력을 적극화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미소접근이 동북아에도 탈냉전시대를 본격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은 물론이다. 경제적으로 "가진 일본"에 대해서
미소간의 공동대응이 가장 큰 흐름이 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정치경제질서가 구체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북방정책도
이같은 흐름속에서 적극적으로 재점검되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