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26일 계급투쟁이념등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원리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대거 채택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새로운 당강령 초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고 이틀간의 회의를 끝마쳤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분당 가능성까지도 예견됐음에도 불구, 보수-
급진파간 예상외의 단결을 과시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중앙위 전체회의
폐막연설에서 공산당의 기존 모델이 전략적으로 실패했음을 시인하면서
근본적 시각 변화를 위원들에게 촉구하고 "사회주의의 위기" 극복을 위한
민주적 변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위는 계급투쟁 이념 포기,시장경제제도 채택,사유재산권제도
개혁,당조직및 연방제도 혁신 등을 규정,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이념과
결별하고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대거 도입한 고르바초프 대통령 제안의
새로운 당강령 초안을 이날 표결에 부쳐 참석 위원 3백58명중 반대
15표에 불과한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강령을 "새 당강령 제정 작업의 기초로 받아들이기로 하는
결의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이번에 채택된 강령 초안이 구체적 문안정리 작업과 당내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오는 11월이나 12월께 소집될 특별 당대회에서 최종
채택 여부를 위해 표결에 붙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중앙위 폐막연설에서 "지난 수십여년간 소련
공산당과 소련사회가 실행해온 모델은 전략적 패배를 겪고 있다"고
시인하면서 "우리는 시각 전체를 새롭게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국면은 사회주의와 사회주의 이상의 위기"라고 선언하고
"그러나 이 위기는 조직 활성화를 통해 새롭고 결단적인 조치를
취해나감으로써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구모델의 틀안에서는 해결안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기존 공산주의
모델을 함께 시행해온 우리의 우방들도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동구권 국가들을 암시적으로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노선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소련 공산당이 민주적인 변화과정을 밟아나갈 전망을 낙관,
"우리는 당이 민주적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정당임을 천명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새 당강령 초안이 10일내에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위 전체회의는 특별성명을 통해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최근 관공서,공장,학교 등에서 정당 세포조직 해체 및 정당활동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령을 내린데 대해 "소련에서 태동하고 있는
사회적 총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이번 중앙위 회의에서는 기존에 여러차례 대두됐던 고르바초프에
대한 사임요구 결의안이나 당명 개정안이 제기되지 않았으며 옐친에 대한
비판성명도 일반 공개되지 않은채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