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가 얼마전 국내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수출기업
실태조사"는 기술개발등 근본적인 제품경쟁력향상을 통한 수출기반 강화가
아직 요원한 과제임을 보여주고있다.
이 조사에서 신기술개발을 통해 수출상품품질향상을 추구하고있다고 밝힌
기업은 전체의 10%선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생산및 품질관리개선"을
품질향상대책으로 삼고있다는 응답이었다.
많은 수출기업들이"기술열위"가 우리상품의 해외경쟁력에 있어서
가장큰문제(33.7%)임을 인식하면서도 시간과 비용이 투자돼야하는
기술개발등 근원적 대책보다는 단지 QC(품질관리)등 대증적 처방에
안주하고있는 것이다. "우리 수출업계의 시급한 과제는 외부풍향에
좌우되지않는 자생력있는 수출체력의 확보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수출상대국시장의 경기동향이나 품목별 시장환경에 따라 웃고 울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이 조사를 주관한 염동철무협무역진흥과장은 "이점에서 최근의 외형적인
수출회복세에 큰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것같다"고 지적한다.
이는 올들어서의 품목및 상사별 수출실적을 보아도 거듭 확인된다. 전자
자동차등 신시장에서의 수요가 터져나오는 품목들은 수출이 호황을 누리는
반면 섬유 신발등 그렇지않은 품목들은 맥을 잃고있다. "호조품목"의
생산비중이 큰 계열사를 안고있는 종합상사는 수출에 신바람난 상태이고
"부진품목"생산의 계열사의존도가 높은 상사들은 실적관리에 비상이
걸려있다.
"당장의 실적달성에 급급해하는게 우리 수출업계의 큰 고질입니다.
적어도 2-5년앞을 내다보고 경쟁력있는 좋은 상품을 개발,세계시장에
내놓으려는 질적 전환의 노력이 부족합니다"
효성물산의 조우종기획부장은 하루살이식 단견의 수출전략이 오늘날의
수출체력허약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지난4월 일본의 아시아경제연구소가펴낸 "한국경제의 국제화"는 최근
우리나라수출업계의 경쟁력실태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하고있다. 이 책에
따르면 가전제품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원화평가절하가 큰 폭으로
이루어졌던 지난 86-88년 3년동안 한국산컬러TV 수출가격은 대당 1백27
-1백40달러로 전혀 단가상승이 없었다. 곧 이기간동안 한국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주무기로 삼아 미국시장을 왕성하게 파고들면서도 고급화
또는 고기능화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제품경쟁력 강화노력을 소홀히
한 대가는 미.일시장부진으로 톡톡히 겪고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국내업계가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이를
정공법으로 타개하려는 노력보다는 여전히 "저가"의 메리트가 남아있는
북방 동남아등의 공략으로 방향을 돌리고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직면하고있는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도약시켜왔던 요소가 도리어 어려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이 책의 논제이다.
이와 관련해 또한가지 지적되어야할 것은 국내수출업계의 취약한
해외마케팅. 저가와 중간품질의 상품을 앞세워 물량공세방식의 수출을
해오다보니 독자적인 마케팅력구축에는 등한할수 밖에 없었던게 현실이다.
때문에 미.일등 성숙된 시장에서는 마케팅능력불재로 더욱 수출이
힘겨워지고있고 당연히 리스크가 높은 신시장쪽에 눈길을 돌리지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무협조사에 따르면 현재 수출가격의 주도권을
국내기업측이 쥐고있는 경우는 전체의 6%선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을
바이어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무역진흥공사의 임인주통상진흥본부장은 "아직까지도 국내기업들은
수출전략의 80%를 가격,20%를 품질에서 찾고있는 정도이며 마케팅에 대한
인식은 극히 결핍되어있다"면서 "가격 품질 마케팅의 구성비율이
40대30대40정도로 시급히 이행되어야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어느모로보나 최근의 수출증가세를 구조적인 수출호조로 낙관할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경기가 다소 숨통을 트고있는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그동안
소홀히했던 품질 마케팅등의 경쟁력강화책을 시급히 수립,앞날에
대비해나가야한다는게 관계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본아시아경제연구소가 "한국경제의 국제화"에서 펼치고 있는 론지는
이점에서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한국경제는 바람부는 갈대밭의 존재와도 같다. 외국의 환경변화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린다. 질적인 노력이 안보인다. 이런 식이어서는
수출입국의 신화자체에 종지부가 찍혀질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