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외무장관은 22일 <아세안 확대외무장관회담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안보협의체를 창설하자>는 일본정부의 구상과 관련, "아태지역에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같은 안보체제를 직접 적용하는 것은 역내
국가들의 다양한 안보이해 및 비대칭적 군사상황등으로 인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장관은 이날 상오 콸라룸푸르에서 한국이 처음 참가한 가운데 개막된
아세안 (동남아국가연합) 확대외무장관회담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다만 앞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안보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한 준비작업이 이뤄져야 하며
이같은 준비작업은 미국의 안보참여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공관이 외무부에 보고해온바에 따르면 이장관은 "아세안확대외상
회담이나 아태각료회의(APEC) 같은 역내 다자협의체가 지역안정을 고양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중심이 된 양자적 소지역적 안보체제가 역내안보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으며 미국의 역할은 계속해서 평화와 안정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이어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3차 APEC 각료회의는
우루과이 라운드의 막바지 협상과 유럽공동체(EC) 통합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열리는만큼 APEC의 향후 활동방향을 정립하는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11월 서울회의에서의 APEC 헌장
채택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앞서 21일 팬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외무장관회담에서
이장관은 북한과 필리핀간에 지난달 이뤄진 수교합의와 관련, "북한이
핵안전협정 서명의사를 발표하는등 태도변화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장래태도를 낙관할 수 없는만큼 북한의 구체적인 평화지향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신중히 수교문를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망글라푸스 필리핀외무장관은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하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연내수교> 방침을
시사하면서도 "구체적인 수교일정은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신중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초 회의기간중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외무장관회담은 현재
중동을 순방중인 베이커 미국무장관의 말레이시아 도착시간 지연으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측의 한 관리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