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새한미디어회장의 사망으로 그가 지난 7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해서 설립한 새한미디어와 그가 대주주로 있는 제일합섬의 경영권의
향방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창희회장의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회장의
동생으로 현 삼성그룹회장인 이건희씨가 한달이상 미국에 체류할 당시
재계에 흘러나온 삼성그룹의 분할경영체제로의 전환 움직임과 관련, 이들
두회사의 경영권의 향방이 더욱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일인경영체제를 유지해왔던 삼성그룹은 최근 창희씨가 19.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일합섬의 경영권을 새한미디어측으로 넘기는 것을
비롯, 장남이면서도 경영일선에서 소외되어온 맹희씨에게도 부인
손복남씨가 대주주로 있는 안국화재의 경영을 맡겨 경영참여의 기회를 줄
것으로 알려져 3남인 이건희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부터
빚어진 집안간의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전망했었다.
또 장녀인 인희씨가 대주주인 신라호텔과 전주제지, 막내인 명희씨가
대주주인 신세계백화점 등의 경영권도 대주주로 있는 이들 형제들에게 각각
이양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당시 재계에 흘러나온 분할경영체제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건희씨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0.9%의 지분과 삼성생명이 가진
8.5%의 지분을 각각 새한측으로 넘겨 경영권을 이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던 제일합섬의 경우는 창희씨의 예상보다 빠른 사망으로 재검토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재계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창희씨의 부인 이영자씨는 물론 장남인 재관씨(28)에게도 경영을 맡길
형편이 못되는 상황을 감안, 장남이 경영을 맡을 만큼 성장할 때까지는
제일합섬을 삼성그 룹의 울타리 안에 두고 보호(?)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있다.
재계관계자들은 그러나 새한미디어의 경우는 창희씨 자신이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만큼 삼성이 측면지원을 하는 선에서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창희씨의 부인이나 장남이 경영을 맡을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내세우는 방법으로라도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창희씨의 사망을 계기로 그동안 이건희회장이 줄곧 "마음
아파했던 "맹희씨의 안국화재를 통한 경영참여도 다소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재계일각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