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하오 1시30분께부터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 선경건설 1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불량 레미콘을 사용한 105동 일부를 헐어내기
시작했다.
대형 타워크레인을 이용,105동 5층 벽과 슬라브 6층 바닥을 들어내는
동안 국회건설위 조사팀과 감사원 현장조사팀은 아파트 부실공사 여부를
파악하기위해 공사현 장등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같은 시각 인근 한양건설에서는 뽀얀 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고 지난 89년말 최초로 착공된 14-15평형 1차
임대아파트는 골조공사를 끝낸채 내장공사가 진행되는등 신도시
건설작업이 한창이었다.
평촌신도시는 총 면적 1백50만평에 모두 17만명을 수용할수 있는
대규모 주거단지로 이번 부실공사 파문을 계기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가운데서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단지조성,토목공사진척률은 47%.
29개 주택업체가 아파트 공사를 벌이고 있는 평촌신도시는 불량레미콘
사용 시비를 계기로 자칫 실패작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관계자들은 정부가 주택 2백만호 건설을 성급히 추진,애당초
지키지 못할 무리한 목표를 세웠고 이로 말미암아 자재,인력난을 부추겨
부실공사로 이어질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신도시건설에 대한 공기조정등
근본적인 계획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평촌신도시의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레미콘은 하루 1만7천루베.
그러나 안양지역 6개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레미콘은 하루
1만에 불 과하며 한양,건영등 아파트 건설회사에서 자체생산하고 있는
레미콘 1천여를 감안 하더라도 하루 6천여 의 레미콘이 부족해 공기에
쫓기는 아파트 건설업체들을 애태우고 있다.
안양시의 경우 신도시가 들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레미콘 공장이
많은 편이지만 한꺼번에 대규모 건설이 진행되는데다 모래,자갈,시멘트등
자재부족으로 생산능력의 75%정도밖에 가동하지 못해 레미콘이 심한
부족현상을 빚어왔다.
이같은 자재난은 흄관,시멘트벽돌,블록등 시멘트 2차제품도
마찬가지여서 토목 공사단계의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아파트 내장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오는 11월께부터는
변기,타일,동파이프등 각종 내장재 수요가 한꺼번에 집중돼 심한
공급부족현상이 예상되는등 신도시 건설 진행과 함께 건축자재 전반에
걸친 혼란이 예상된다.
토지개발공사 평촌사업단 최은수개발과장(38)은 "현재 레미콘,철근,
흄관의 부족 현상이 가장 심한데 특히 흄관의 경우 국내생산량을 감안할때
공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재난이 심각하다"며 "내장공사가 본격화하면
각종 내장재의 사재기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인력의 부족현상은 더욱 심해 대부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목수의 경우 7만-10만원씩의 일당을 1개월여씩 선불을 주면서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콘크리트공등 각종 기능인력도 총 수요의
60%정도밖에 수급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자재,인력난으로 아파트 건설이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개발에 선행돼야 할 도로,지하철,학교등 도시 기반시설 마련도
늦어질 것으로 보여 계획대로 내년 3월부터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된다해도 상하수도,전력,도시가스등의 적기공급이 어려울 것 같다.
평촌 3공구내 지하철역 공사현장에는 15t 트럭 6천여대분의 흙이
공공시설 용지 등에 산더미같이 쌓여있어 이들 공공시설의 착공이 늦어지고
있으며 특히 상하수도, 전력,도시가스등의 배관공사가 예정보다 6개월여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 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우기가 닥치면 사토가
인근아파트 건설현장으로 흘러내리고 배수로 공사 지연에 따라 신도시
지역 전체가 물난리를 겪을 것이라는 것이 공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토지개발공사 평촌사업단 여항식단장(49)은 "전 공사부문에 걸쳐
자재,인력난이 심화돼있고 지하철공사등 일부 시설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어
공기를 맞추기 힘든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상하수도 시설등의 노선을
변경하는등 공기를 맞출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 2백만호 건설계획이 본격화되는 92년초부터는
인력,자재난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고 이에따른 부실공사,공기지연,
원가상승등 추가부담 요인이 많아 수도권에 몰려있는 5개 신도시 건설
계획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건설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S건설 관리과장 P모씨(44)는 "결국 이번 불량레미콘 사용도 1백50
반입때마다 강도시험을 해야 하나 제때 강도시험을 하지 못하는등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다 빚어진 사태"라며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공기연장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