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26 시.군.구의회선거에 이어 광역단체인 시도의회선거가 20일
끝남에따라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가 30년만에 본격 부활됐다.
여야는 그러나 이번 시도의회선거를 통해 지방화시대를 연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차기대권획득에 유리한 발판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선거전에
임해 상당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선거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신민당이 호남지역에서 압승했고 민자당은
비록 민주당과 무소속에 침식당하긴 했지만 영남지역에서 절대다수의석을
확보했다.
전통적으로 야세가 강한 서울에서도 능력있는 지역일꾼을 뽑기보다는
중앙정치가연장된듯한 선거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87년 대통령선거와 88년 총선에서 보여줬던 극심한
지역갈등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수밖에없도록
한다.
권력의 분권화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자제선거에까지 지역갈등이
심화,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번 기초의회선거와는 달리 이번 선거는 여야각 정당이 본격 개입했고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임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볼수있지만 유권자들에게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것으로
지적되고있다.
비록 정당들이 정권적 차원에서의 안정의석을 호소하거나 6공의
중간평가라는 구호로 자당지지를 호소했다손 치더라도 지자제선거의 의미를
알고 투표권을 행사했어야 했다.
지연 학연등 개인적 연줄이나 여야정당의 정치적 구호에 끌린 나머지
지자제가 실시될 경우 자신의 세부담이 상당히 늘어난다는 사실과
시도의원들이 엄청난 예산을 주무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는 또 과거 국회의원선거 못지않은 과열 혼탁을 빚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잇따라 실시될 총선이나 자치단체장선거를 걱정하지
않을수없게하고있다.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심지어 10당5락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엄청난 선거비용이 소모됐는데 국회의원선거에는 단가가 더
올라갈것이라며 걱정할 정도다.
여야수뇌부와 정부당국이 돈안드는 선거와 공명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누차
밝혔었지만 선거결과가 불리해질까 우려해 돈에 관해서는 관대했다고
볼수있다.
여야는 조만간 무소속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선거운동조항을
조정하고 선거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하기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각당의 이해가 쉽게 타협될지 의문이다.
이번선거 결과는 당초예상대로 집권당인 민자당이나 제1야당인 신민당및
3당인 민주당에 의외의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변수가 없기때문에
현재의 여야정치구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것으로 보인다.
3김의 정치적 후퇴를 감지할만한 대목도 찾기 어려운것 같고 야권통합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찾기 어렵다.
신민당의 김대중총재가 여권이 압승할 경우 내각제개헌이
구체화될것이라고 선거운동기간 거듭 주장해왔지만 선거결과를 놓고볼때
개헌의 가능성은 여권이라기보단 김총재쪽에서 여전히 열쇠를 쥐고있다고
봐야할것이란게 대체적 분석이다.
다만 이번 시도의회선거가 끝남에따라정치권,특히 민자당내에서
차기대권을 향한 각계파의 행보가 바빠지고 경우에 따라선 배수의 진을 친
일전불사의 사태가 올 가능성도 없지않다.
또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정확하게 파악할수는 없지만 3김으로 대변되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물갈이세도 점차 확산돼갈것으로 점쳐지고있다.
수적으로 대단한것은 아니지만 김영삼 민자당대표의 본거지인 부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사실과 호남지역에서 비록 당락에는 거의 영향을
못미쳤지만 신민당의 김총재 이탈세가 눈에 두드러진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광역의회선거를 통해 서서히 일기 시작한 이러한 기운이 내년초의
총선과 자치단체장선거에서 어떻게 나타날지가 크게 주목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