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측은 16일 유서대필 혐의를 받고 명동성당에 피신중인
강기훈씨(27)가 검찰에 자진출두할 때까지 강씨와 강씨의 후견인
서준식씨를 보호해주기로 결정하고 이를 이날 상오 11시 강씨측에
통보했다.
성당측은 그러나 문화관 2층에서 농성중인 국민회의(구범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 조속한 시일내에 성당에서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경갑실 명동성당 수석보좌신부는 이날 하오 4시 사제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김수환 추기경의 재가를 받은 것인
만큼 김추기경의 뜻으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경신부는 강씨를 성당측이 "적극 보호"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강씨측이 그동안 3차례에 걸쳐 김추기경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의 양심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교회로서는 종교적 입장에서 이를 거부할
수 없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김추기경도 강씨 사건에 대해
사건내용의 진위에 관계없이 수사절차상의 의구심때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신부는 "김추기경이 `검찰측의 주요증인인 홍성은양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진술을 했고 일부 증거가 채택되지 않고 있다''는 강씨측의
주장에 따라 검찰측의 수사절차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신부는 "그러나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수배당한 사람들로서 국가와 많은 국민들로부터 범법자로 취급되고
있는 만큼 교회로서는 긴급 피난자로 보지않기 때문에 철수를 요구했다"고
밝히고 "경찰측에 대해서도 이들이 성당을 떠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주도록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신부는 강씨가 성당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사제관으로 피신처를 옮길
경우 내방객들을 위해 마련된 객실에 머물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사제관에 머무는 동안은 가족과 여자친구를 제외하고는 보도진등
외부인을 만나서는 안되며 다른 행동은 모두 나의 통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신부는 또 " 강씨가 20일이 지나면 즉시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확신하지만검찰이 못믿겠다면 1-2명의 감시 경찰관을 사제관밖에 배치해도
좋다"고 말했다.
경신부는 "김추기경이 15일 정원식국무총리 서리를 만난 것은 주로
강씨 사건에 대한 공정수사를 요청하는 게 목적이었다" 고 말하고 " 이
자리에서 김추기경이 당국의 공권력 투입자제도 요청, 정총리서리로부터
`김추기경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 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신부의 이같은 제의에 대해 서준식씨는 이날 하오 4시50분께
기자들과 만나 " 강씨에 대한 제의는 긍적적인 것이나 강씨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 경신부가 내일까지 답변을 해달라고 했기때문에
오늘 밤 강씨 어머니와 논의해 최종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나는 지난 5월9일 집시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강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만큼 성당측의 호의에는 감사하나
국민회의측과 행동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회의 이수호 집행위원장은 경신부의 성당철수 요구와 관련 "
강씨 신변문제는 이미 거론돼 왔던 것이고 국민회의로서는 철수를
하려해도 경찰의 원천봉쇄때문에 철수를 할수 없는 입장"이라며 선뜻
철수할 의사가 없음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