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가 한반도의 비핵화문제와 관련, 종래의 입장과는 다른 변화
가능성을 비쳐 주목되고 있다.
미국무부의 스펜서 리차드슨한국과장은 13일상오 주한미공보원이
주관한 한국기자들과의 위성을 통한 대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주장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않다"고
종래와는 달리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정부는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핵보유국인 중국 소련등
주변국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었다.
리차드슨과장은 특히 이날 대담에 동석한 미하버드대학의 조셉
나이교수(국제학)가 "동아시아의 비핵화문제는 다른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이루어지기 어려우나 한반도에서는 미국이 지난 78년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미정부의 입장을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리차드슨과장은 도널드 그레그 주한미대사가 최근 한반도의
비핵화문제는 핵보유국인 중국과 소련을 포함한 광범위한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자리에 참석한 주한미공보원인 한
관계자가 상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재차 언급을 회피했는데, 이는 북한의 핵협정서명의사 표명후
미국정부가 한반도의 핵정책에 있어 조심스러운 정책변화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북한이 현재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개최중인 IAEA이사회 이후
태도를 바꿀 경우에는 구주공동체 일본 호주 캐나다는 물론 소련 중국등과
함께 북한이 핵안전협정을 체결토록 계속 압력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리차드슨과장은 "북한의 핵안전협정체결은 핵비확산조약(NPT)상의
국제적인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핵안전협정체결은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포위츠 미국방차관의 방북설을 포함한 최근의
미.북한비밀접촉을 묻는 질문에 "스티븐 솔라즈 미하원의원을 제외한
어떠한 미국정부의 관리도 북한을 방문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그러나
미국정부는 스칼라피노교수를 단장으로하는 미 아시아
소사이어티대표단의 최근 북한방문과 한시해 전주유엔북한대사등의
미국방문 등 민간차원에서의 상호접촉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이교수는 "지난 걸프전에서도 볼 수있듯 많은 미국인들은
전쟁수행에 있어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히 군사전문가중에도 육군은 핵무기를 지휘.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