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산품의 공급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팔 상품이 없는 것이다.
소득수준의 향상에 생산인력 부족 등이 겹쳐 생산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서 일부 품목은 수출차질까지 빚고 있다.
계절상품인 에어컨은 예년보다 빨리 찾아 온 더위로 3월 이후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부 모델은 지난 4월에 이미 동이나 시중에서 살 수가 없다.
대우전자, 삼성전자, 금성사 등 가전 3사를 비롯, 만도기계,
범양냉방공업 등 에어컨전문 생산업체들은 올해 에어컨 수요를 작년보다
크게 늘려 잡았으나 밀려드는 주문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당초 올해 에어컨 수요를 작년의 36만대의 거의 갑절인 60만 대선으로
잡고 작년말부터 생산에 들어가 제품이 나오는 즉시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
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서는 웃돈을 주고도 가정용.업소용 가릴 것 없이
에어컨을 살수가 없다. 가정용 에어컨 가운데 인기모델과 인공지능방식의
첨단 다기능 슬림형 모델(15-25평형)은 일찌감치 4월에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고 업소용과 소형 가정용도 5월에 재고가 바닥났으며 그날 그날의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대리점에서는 다른
가전제품과는 달리 에어컨만 현금가격으로도 할인판매 없이 예약순서에
따라 제품을 내주고 있다. 국내생산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자 일부 메
이커는 당국의 눈치를 봐가며 발빠르게 외제 에어컨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물량이 달리기는 원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연섬유보다
합성섬유인 폴리에 스터, 필라멘트, 나일론, 아크릴 SF사의 부족이
심각하다. 순합섬, 혼방합섬사는 그동안 월평균 출하량이 각각 3만5천t과
1만5천t선이었으나 3월 이후 출하량이 10% 가량이 줄었다. 이 때문에 직물
및 편물업계가 원사확보를 위한 비상작전에 들어갔다.
동국무역 등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소형업체는 그동안 쌓였던 재고가
바닥나 심각한 원사구득난을 겪고 있다. 웃돈을 주고도 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부족으로 원사가격이 들먹이고 있으며 연쇄적으로
직물과 섬유제품 등의 제품가격에도 파급되고 있다.
원사공급 부족현상은 생산업체들의 인력부족과 원진레이온의 가동중단,
섬유류 제품의 수출회복 때문이다. 현재 섬유업계의 인력부족률은 15%선에
이르며 원사제조업체들의 인력부족률도 15% 안팎이 되고 있다. 올들어
섬유류 수출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같은 회복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원사공급부족은 바로 직물류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시간이 갈수록 모든 섬유류 제품의 국내공급과 수출에 차질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