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하반기부터 미국의 우리나라 금융시장개방요구를 거의
수용키로하고 이같은 방침을 지난 22일부터 동경에서 열렸던
한미금융협의회를 통해 미국측에 통보했다는 소식이다. 재무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은행부문에서 외국은행지점설치허용, 외국은행의
원화조달원인 갑기금상한폐지 = 자본금증액허용, CD한도증액 검토,
스와프 한도감축중지, 신탁업무허용범위확대, 국산가능시설재수입에
외화대출허용, 연지급수입금융제한 완화 그리고 금융전산망가입을
위한 국내은행과 외국은행간의 협의기구설치가 망라돼있는가하면
증권부문에서는 증권거래소회원권의 개방과 미국매뉴팩처러즈 하노버
증권사의 국내 사무소설치이외에 외국투신사로서는 첫번째가 되는
미국피텔리티투자회사의 국내사무소설치허용이 들어있다. 요약하면
이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에 대한 차별적규제를 대담하게
완화시킨 금융시장 개방조치라 할수있다.
그러나 그것은 규모와 자본, 금융기법, 대고객서비스, 자산운용
면에서의 우월한 외국은행의 국내금융시장에서의 유리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점에서 과연 국내은행에 이 우월한 외국은행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는 태세가 갖추어져있는가가 문제로 남는다.
금융개방이 피할수없는 것인이상 속도 조정의 문제가 있을뿐 그것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하고 정부의 이번 조치도 그런방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치부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여러면에서
우월한 외국은행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여 이길수있는 체질과 힘이
있다고 자신있게 단언할 금융인이나 정부인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볼때 금리의 자유화, 인사와 업무의 자유화등을 금융의 관치탈피,
국제화, 금융혁신으로 구축돼있어야 할 공고한 금융체질과 경쟁력이 아직
구비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은행에 국내은행과 동등조건으로 규제와
차별을 대폭 완화한 개방조치를 위한 것은 극언하면 국내은행에는 불리한
외국은행에의 우대라 할수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개방조치를 취할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6월로 예정된
노태우대통령 방한시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분위기조정을 위한
것이었거나 미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내국인 대우를 거부하는 국가에
보복조치를 규정한 "리글"법안의 미의회통과에 대비한것이었다면
그것은 너무나 정치적인 결정이라해야할 것이다.
개방조치의 타당성여부를 논할 단계가 지났다고 하면 지금부터 우리가
빨리 갖추어야 할것은 "새술을 담을 새부대"로서의 금융혁신을 통한
금융체질의 강화다.
이번 개방조치는 아직도 후진적인 관치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폐쇄적
금융제도의 선진적 혁신을 추진하는데 큰 자극과 압력이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