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반군은 23일 테스예 게브레키단 대통령 권한대행의 즉각휴전
요구를 무시하고 수도 아디스아바바 30km 지점까지 진격해 왔으며 수도를
점령할 태세인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말했다.
외교관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최대 규모이지만 다수가 문맹자로서
강제로 끌려온 징집병으로 이루어져 사기가 저하된 이디오피아군이
와해되었으며 흐터진 군인들이 수도로 밀려오고 있다고 전하고 현재 수도
서쪽 30km 지점에 이르고 있는 반군과 수도사이에는 그들의 진격을 가로
막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외로 탈출한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전대통령의 뒤를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키단은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반군측에게 오는 27일 런던에서 열리게된 평화회담에
앞서 즉각 휴전에 들어갈 것을 제의했으나 반군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반군측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국민들의 생활에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 수도 직전에서 진격을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주요 반군 단체인 에디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의 런던
대변인은 그들이 수도에 진격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한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거국정부의 구성을 바라고 있는 EPRDF가 미국중재하의
런던 회담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것이며 이는 그 자체의 원동력이 있다"면서 "우리가
군사적으로 점령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군의 공세에 쫓기고 있는 에디오피아 정부는 이날 화합조치의
일환으로 멩기스투에 대한 쿠데타 기도 혐의로 투옥된 7명의 장성이
포함된 1백87명의 정치범을 석방하고 마르크스 주의의 과거를 청산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최소한 5대의 전차와 수백명의 군대를 동원
대통령궁을 경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요 정부청사에 대한 경계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으며
수도의 길거리에서는 헌병들이 패주해온 남루한 차림의 군인들을 검거,
트럭에 밀어 넣는 모습이 보였으며 이때 헌병들은 총을 흔들면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또한 이날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정부에서 동원한 일꾼들이 소련의
선물인 거대한 레닌동상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자 많은 시민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멩기스투의 거대한 초상화는 지난 22일
정부의 건물들에서 제거됐다.
한편 국외로 탈출한 멩기스투는 지난 21일밤 짐바브웨에 도착, 정치적
망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런던을 방문중인 로베르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존 메이저 영국총리와 회담한후 기자들에게 만일
멩기스투가 정치적망명을 요구했다면 "흔쾌히 허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