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희진아" "누님 살아계셨군요" 남북으로 흩어져 50년동안
이산의 한을 품고 살아온 남매가 처음에는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듯
당황한 빛을 감추지못했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부인할수없는
혈육임을 확인하고 오열할수 밖에 없었다.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남북단일 코리아팀의
임원인 북한 탁구협회서기장(전무이사)은 5일 밤10시 선수단의 숙소인
이곳 뉴츠카모도호텔 506호실에서 서울에서 달려온 작은누나
김화진씨(66)와 작고한 큰누나 소생의 조카내외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해방전인 41년 고향인 충북 청원에서 부모를 따라 원산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누나 2명과 생이별을 했던 김서기장은 작은 누나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기억이 가물가물한듯 당황한 표정을 보이다가 점차 고향과
부모얘기를 나누면서 혈육임이 드러나자 누나의 손을 꼭잡고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달 22일 국제전화로 짧막한 대화를 나눈뒤 이뤄진 이날 상봉에서
누나와 조카 유관모씨(49.풍림산업이사)내외는 호적등본과 족보등을 놓고
김서기장과 서로 혈육을 확인해나갔다.
아버지 김응규, 어머니 변일대, 큰아버지 김대규씨로 안동 김씨 가문에
외가는 비용 변씨.
외가는 충북 괴산에 외삼촌 두분이 계셨는데 큰삼촌은 청주에서
기관사를 했었다는 등등 북과 남의 남매는 50년동안의 무정한 세월만을
탓하면서 하나하나 기억을 맞춰나갔다.
청원군북일면덕암리가 고향인 김서기장은 큰누나와 작은 누나가 모두
출가해버린 41년 8월 7살의 어린나이에 부모, 형과 함께 함경남도
원산으로 이주한뒤 남북이 분단되면서 남쪽의 가족과 영영 소식이
끊겨버렸다.
해방전 김서기장의 아버지는 3-4번 딸을 만나기위해 고향을 찾기도
했지만 해방후 38선이 가로놓이는 바람에 두딸의 생사를 모른채 지난 74년
생전에 남쪽에 살고 있는 누나들을 꼭 만나보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채
눈을 감았다.
원산중 시절 탁구선수를 지낸 인연으로 북한 탁구계에 발을 들여놓은
김서기장은 지난 80년부터 서기장직을 맡아오면서 지난해에는
아시아탁구연맹(ATTU)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되는등 북한 탁구계의 실세로
일해오고 있다.
김서기장은 누나와 새벽 1시50분까지 가족상황과 사는 형편등에 대해
정담을 나눈뒤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어 잠을 자둬야겠다고 말하며 누나의
양해를 구한뒤 "내일 우리팀 시합이 있으니까 경기장으로 찾아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굳게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