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9일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일본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2차대전 당시 두번째 원자폭탄 투하도시 나가
사키를 방문, 세계의 비핵화를 호소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 나는 다른 핵강국들과 함께 점진적으로
핵무기로부터 해방된 세계를 이룩하겠다는 나의 집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단호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이사여사와 나가사키 시내 평화공원의 기념탑에 헌화한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 다시는 끔찍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 소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 그러나 이같은 끔찍한
고통을 처음 경험한 국민은 일본인들"이라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나가사키를 방문한 것은 2차대전 말기인 1945년
8월9일 약8만8천명의 희생자를 낸 원폭 투하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외교적 일격과도 같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그는 " 다른 세계 강국들과 함께
핵무기 폐기에 관한 합의에 이를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해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렘린 부대변인 세르게이 그리고리예프는 고르바초프의 나가사키 방문
목적이 일본 방문길에 하바로프스크에서 일본 전몰자 묘지를 참배한 것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일부 관리들은 국내 여론
무마용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부부는 이날 나가사키 원폭 투하 10주년째인 지난
55년 원폭희생자를 위해 건립한 청동 기념탑에 헌화한데 이어
노일전쟁(1904-1905)당시 러시아 군인 포로4백여명의 유해가 매장된
불교 사찰을 찾아 추도했다.
한편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평화공원 방문
시간이 20분에 불과한데 실망했다고 말했으며 한 우익 단체의 대변인은 "
이 시점에서 나가사키를 방문한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짓"이라고 논평했다.
현재 소련에 체류중인 일본 오카야마 대학의 소련사 교수 야스다
고이치씨는 " 해외에 묻힌 소련 동포에 대한 추념에 감동하는 소련인들이
많다"면서 고르바초프의 나가사키 방문은 " 이같은 맥락에서 계획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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