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8일 방일중인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중의원 연설 및
제2차 일.소 정상회담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문제와 관련,
제의한 3개국 회의와 5개국 회의는 현실성이 결핍된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군사적인 불신감을 제거하는 신뢰조성 조치를
검토하기 위한 3개국 회의,이보다 약간 광범위하게 경제.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하기 위한 5개국 회의를 제의하고 있다.
이는 소련이 지금까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모델로 삼아 아시아
전역이 참가하는 다국간 협의를 주창해 왔던 것에 비하면 참가국을
구체적으로 한정했다는 사실이 새로운 점이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이나 방위청 관계자들은 "5개국 회의가
표면적으로는 새로울지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바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고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분쟁이나 대립을 해소해 나가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관계자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제의 배경에 대해 "소련측이
협상의 주도권을 쟁취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이외에도 미국을
끌어넣음으로써 미해군력의 감축을 진척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미국은 해양국가로 자처하면서 해양 교통로의 유지가 국익에
부합한다며 해군력의 삭감을 반대해 왔다.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 소련군 삭감문제와 관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89년 5월 북경 연설에서 90년말까지 삭감계획을 표명했지만 이에 대한
추진 현황을 지금까지 밝힌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국회 연설에서 소련 동부의 병력 20만명의 삭감을
완료했으며 현재도 진행중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일 방위청 관계자는 "북경연설을 답습한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추가로 신규 삭감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 방위청 관계자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번 방일을 통해 새로운
삭감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은 소련내에서 보수파,군부의 대두로 인해
지도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