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온 것이다.
대구 영남권에서 부산까지 온통 물난리다.
이번 낙동강수질오염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태다.
우리의 수질환경보전법은 페수를 무단방류하거나 기준치이상을 배출할
경우 조업정지처분과 함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번 사태가 발암물질인 페놀을 지난 10년동안 무려
400톤이나 방류한 두산전자에 법적규제를 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처는 최근에 와서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제정해서
연간 240톤이상의 유독물을 사용하는 업소를 오는 5월2일까지 등록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화학물질에 관한 기초적인 실태파악조차 안돼 있다는 이야기다.
화학물질에 의한 수질오염뿐만 아니라 화경문제전반이 그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30년간 급속한 공업화의 부산물로 공해문제가
확산되어 왔다.
이제부터는 공해문제에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다"라는 식의 안이한
자세가 아직도 지배적이다.
물과 땅과 공기가 모두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적대적 요소로
변진할지 오래인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깊은 계곡에 사는 물고기의 등이 굽었고 땅속에서 스며나오는 샘물
조차 산성비에 오염되어 뒷맛이 쓰다.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 그리고 인전이 드문 지까지 대지는 병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국토뿐만 아니라 지구규모에서 공해는 마치 살아있는 과물처럼
자기증식을 계속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것이다.
이미 "환경방어(environmental defence)"라는 개념이 나오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종래에는 군사적 방위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환경문제라는 새로운 적과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국제정치도 지난날처럼 각국의 경제적 이해나 군사적 경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해문제가 핵심이 되는 전혀 새로운
국제관계의 틀이 형성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예컨대 봄이 되면 황사현상이 일어나듯 중국해안의 공해가 산성비가
되어 우리 산림을 훼손하면 이문제가 중국과 한국 또 일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문제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앞에서 이번 낙동강상수원오염을 사건이 아니라 사태라고 규정한
것은 광범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사라는 뜻만이 아니라 이런 나라안팎의
변화를 강조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