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걸프전으로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사중인 업체들이 쿠웨이트의
전후복구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를 방문중인 외무부 이기주 제2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전후복구시찰단은 4일 하오 리야드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국내 건설업체
지사장등과 간담회를 갖고 쿠웨이트와 사우디의 전후복구 참여가능성을
논의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를 거쳐 1일 리야드에 도착한 시찰단은 사우디
정부관리등과 접촉을 갖고 한국의 전후복구 지원방안및 한국업체의
참여방안등에 관해 논의했는데 사우디정부측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사우디 리야드와 지다,다란등지의 국내건설업체 지사에는
하청문제등을 문의하는 미국과 영국 기업인들의 방문 또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으며 우리업체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다국적군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이 쿠웨이트와
사우디의 복구 사업계약을 대부분 따냄에 따라 쿠웨이트정부등과의 직접
계약에 의한 복구참여보다 하청에 의한 부분적 공사참여가 보다 손쉬울
것으로 보고 이방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건설업체들도 지난 80년대처럼 도로,주택등 노동집약적
산업보다 담수화공장,석유화학시설,발전소,국방시설등 기술집약산업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분야에는 일본,중국,유고,사우디등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우디 최대의 산업지역인 동북부 다란에서 레이다기지 통신망설치
작업을 재개한 신성건설의 한 간부는 "걸프전이 일찍 끝난 데다 사우디등
걸프연합국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어 쿠웨이트로 수주방향을 돌릴
계획으로 있다"며 "이를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기업등과 접촉을
시도중"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간부는"이달들어 미국과 영국의 대건설회사들로부터
하청문제를 문의하는 전화나 방문상담이 늘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구체적으로 건설장비와 인원,자재조달 능력등을 묻는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란의 경우 신성이외에 현대,극동,신화,유원,삼성등 9개 건설업체가
공사를 맡고 있으나 이들 업체는 대부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남는
인력과 장비,자재를 쿠웨이트의 복구사업 쪽으로 돌린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측의 한 간부는"이곳에 진출한 해외건설업체들의 공사들은 70-
90%이상 끝났거나 하자보수중인 것들이 많다"며"특히 쿠웨이트는 사우디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건축자재및 장비,인원을 옮기는데 유리,계약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을 경우 채산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과 현대등 9개업체는 지난달 말부터 직원들이 속속 공사현장에
복귀해 전쟁으로 지연됐던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성은 공정이 60%가량 진행된 레이다기지 통신망시설공사를 다시
시작했으며 현대는 공정의 80-90%가 끝난 니비프현장 주택건설사업의
마무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화는 항구도시 쥬베일에 비료공장을 짓다 공정 70-80%에서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했다.
사우디정부 일각에서는"한국업체들이 소개령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을 이유로 현장을 떠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업체들이 공사대금을 제대로 회수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체들은 이미 계약상 전쟁에 관한 조항을 명시한데다
사우디당국이나 제3 감독관의 공증확인을 받아 두었기 때문에 공사대금이
지연되는 것은 몰라도 못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일부
업체는 전쟁피해 보상금및 미수금문제가 생 길 경우에 대비 법적인
대응방침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전쟁중 하루 원유 생산쿼터를 종전의 5백40만 배럴에서
8백50만배럴로 늘렸으며 쿠웨이트는 외화보유및 해외투자액이 약
1천억달러로 추정돼 자금동원능력 에는 큰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번
걸프전에 소요된 전비의 절반이상을 부담했기때문에 재정압박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