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북대화의 진전과 불가침선언의 채택을 전제로 유엔가입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망이 나타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망록을
유엔회원국들에게 공식문서로 회람했다고 27일 외무부가 밝혔다.
북한은 지난 22일 북한외교부 명의로 제출돼 이날 유엔안보리 문서로
회람된 비망록에서 "남조선당국이 만약 진정으로 대화와 화해, 그리고
민족통일에 관심이 있다면 무모한 <유엔단독가입> 책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남북대화의 진전과 불가침선언의 채택과 함께 통일
지향적 분위기가 확보된다면 유엔가입문제해결에 새로운 전망이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만약 남조선의 <유엔단독가입>이 수락된다면, 그것은
북남관계를 극단적으로 긴장시킬 것이고 또한 이는 종국적으로 조선반도에
긴장을 한층 격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가입문제는
합의된대로 앞으로의 북남고위급 회담에서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유엔 단일의석 공동가입이 유엔가입문제 해결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접근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그러나
우리정부는 만일 그것이 민족통일에 유리한 것이라면 유엔가입문제에 관한
어떠한 해결방안에 관해서도 협상할 것이라는 변하지 않는 대범한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어 "만약 유엔가입문제가 북과 남간의 합의없이 일방의
입장에 유리하게 다루어진다면, 그것은 민족통일에 또다른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며 북과 남사이의 대결을 한층 격화시킴으로서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북한측이 유엔가입문제와 불가침선언
연계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 "유엔가입문제는 가입희망국과 유엔간의
문제로서 남북한 양자문제인 남북대화 진전, 불가침문제등과 연계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이는 단지 우리의 유엔가입을 지연시켜 보려는
새로운 시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비망록 제출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연내
유엔가입에 대한 국제적 지지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른 북한의 초조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제4차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데
따른 국제적인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는 한편 유엔가입문제를
남북간의 양자문제로 끌고가려는 저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