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평화안을 받아들여 쿠웨이트
로부터 철수할 것이라는 조짐이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19일 소련측 안에 대한 이라크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이안이
"다국적군의 요구에 크게 미흡한 것"이라고 이를 거부, 걸프전의 조기종식
희망에 찬 물을 끼얹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의회 지도자들과 백악관에서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목표는 정해졌다. 되풀이 말하지만, 협상도,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자신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18일 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타레크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전달한 소련측 평화안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히고
"나는 그가 자신의 제안 내용을 알려온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으나
매우 솔직이 말해 이 안이 요구조건에 크게 미흡하다는 점을 그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부시 대통령이 소련안을 계속 비밀에 부침으로써
이라크와 소련이 충분히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미루어
그가 소련의 외교적 노력에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심지어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예비적"인 것이며 소련안은 이라크를 철수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국적군 합동참모부 작전참모장인 토머스 켈리 중장은 이날
명령만 떨어지면 다국적군은 지상전을 시작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소련의 외교적 노력도 이라크를
몰아내기위한 지상전준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딕 체니 국방장관은 협상을 위해 사막전을 중단할 경우
후세인이 이를 재보급과 병력보충의 기회로 이용한다면 미군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미군과 다국적군의 관점에서 본다면
휴전은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한 대변인은 "소련-이라크간 회담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전쟁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상전은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츠워터 대변인도 이라크를 몰아내기 위한 다국적군의 지상전 개시
결정이 내려졌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으나 "계획에 따라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대통령이 의회지도자들에게 "우리는 공중전에서 당초의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했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이라크 공군과 해군력은 무력화
됐으며 지상군은 "크게 위력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토머스 폴리 백악관 공보비서관도 부시대통령이 소련안의 구체적 내용이나
이를 수락할 수 없는 이유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은
지상전의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언제 이를 개시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후세인이 이시기 이전에 철수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지상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후세인 대통령은 4개항의 소련측 비밀 평화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지즈장관은 이날 중으로 모스크바를 또 다시 방문, 이라크
측의 회신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베스메르트니흐 소련 외무장관은 후세인 대통령이 자신의
답변을 휴대한 아지즈 장관을 즉시 소련에 파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련과 이란 외교관들은 이라크가 무조건 철수를 이행할 태세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으나 한 외교관은 그가 철수 조건에 관해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탈리 이그나텐코 소련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소련은 이라크에 대한
지상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하고 "이같은 공격은 보다 엄청난 살상과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이같은 파괴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련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로부터의 대답을 기다려
공격을 지연하도록 구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측근이며 중동문제 전문가인 예프게니 프리마코프는
자신은 평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하고 소련은 이라크의
무조건 철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이란 외무장관은 19일 자신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철수할 태세가 돼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자신의 믿음은 자신과 아지즈 장관과의 회담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아지즈 장관은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라크는 무조건 철수를 요구한 유엔결의 660호를 수락할 태세가 돼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날 독일의 빌트지는 소련측 안에는 후세인대통령이 즉각 군대를 철수할
경우 그의 계속 집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으나 소련
대통령 공보대변인은 이같은 보도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는 이날 프랑스 소식통들을 인용, 이라크가 소련측
안을 36시간내에 수락하지 않으면 지상전이 시작될 것임을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다국적군은 지상과 해상,공중전에서 이라크군의 사기와 전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공격을 계속하는 한편 지상전을 앞둔 최종적 위치로
이동했으며 영국의 프리기트함 브레이브호에 승선한 기자들은 한국전
이래 최대규모의 공격군이 쿠웨이트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