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특혜분양사건으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한보그룹이 어음을
제때에 결제하지 못해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은 한보 그룹이 부동산을 적극 매각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자구노력을 더욱 강화토록 지도할 방침이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보그룹 계열사들은 11일 모두 1백7억7천1백
만원의 어음이 만기가 도래했으며 이중 대부분의 어음이 교환마감시간인
하오 2시50분까지 결제 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성투자금융이 신용으로 할인(대출)하여 교환에 돌린
35억원의 어음이 조흥은행의 신탁대출로, 전북투금이 돌린 10억원은
조흥은행의 대지급금으로 각각 결제되어 조흥은행이 한보그룹에 45억원을
추가 대출해준셈이 됐다.
또 동부투금은 지난 8일 만기가 된 한보철강의 20억원짜리 어음을
기일연장없이 바로 결제한데 이어 오는 13일 만기가 되는 20억원을
비롯, 나머지 90억원에 대해서도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즉각 회수할
방침이다.
12일 만기가 되는 어음은 한보철강의 경우 한양투금이 자체신용으로
대출한 10억원, 산업은행 부산지점의 물품대금조의 어음 6억9천만원,
한국투금이 신탁은행의 지급보증으로 대출한 30억원 등 모두 46억
9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은 이들 어음이 모두 결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한양투금의 자체신용 대출분 10억원은
결제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보주택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에 결제가 돌아오는 어음은 12일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설날전인 13일 영남투금 25억원, 제일투금
3억5백만원, 동해투금 45억4천7백만원 등 모두 73억5천2백만원에 달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이들 어음이 모두 은행측에서 지급보증한 것이기
때문에 결제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어음결제 집중사태의 추이에
따라서는 부도발생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대구소재
영남투금의 어음 25억원은 지방과의 연락문제로 결제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지난 87년부터 조흥은행의 지도에 따라 화신백화점 부지, 수원의
한인골프장부지, 정태수회장의 보유주식 등을 매각하여 자구노력을 벌여온
한보그룹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조흥은행은 최근 한보그룹의 자구노력이 크게 미흡하다고 판단, 당장
사업상 필요치 않은 부동산을 적극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으며 이와 아울러 한보그룹의 인원감축과 사업축소 등 감량경영을
통한 자구노력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영의재무부장관은 11일 하오 한보그룹 경영진과 만나
한보측의 경영과 관련된 문제는 일단 주거래은행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경영권유지를 위해 자구노력을 강구할 경우 이를 수용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