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의 해고를 불복,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가 노조간부가 될수
있는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는 노동쟁의 조정법
상 제3자가 아니다"란 최종판결을 내린이후 노동부와 노동계 사용자단체
등이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해고소송중인 근로자의 신분"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번 대법원판결은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를 제3자개입 혐의
로 처벌할수 없다는 것이지 개별근로자및 조합원의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입장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노총등 노동계는 "해고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에 대해 제3자
가 아닌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근로자의 지위''를 법원에서 인정한
만큼 이는 곧 조합원의 자격을 갖고 노조활동을 할수 있다"고 주장,
노동부의 유권해석돠는 상반된 견해를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대해 노동부는 노동조합법 제3조4호의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를
근로자가 아닌자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단서조항은 노조의 설립을 방해
하기 위해 사용자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를 해고하는등 부당노동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또한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노동조합 보호규정이지 개별 근로자의 신분
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쟁의행위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해서 조합원의 자격을 가졌거나 노조
위원장등 임원에 선출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만일 해고효력을 다투는 근로자의 조합원 신분을 인정하게
되면 해고자가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관계없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해고무효확인소송등을 제기한후 확정판결이 날때까지 2-4년간 노조대표자
또는 단체교섭위원으로 활동이 가능, 노조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노동
운동을 전개하게돼 합리적인 교섭타결이나 분규해결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반해 노총등은 이번 판결의 취지는 조합원의 근로계약관계가 확정
판결이 날때까지 유지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소송중인 근로자는 조합장
출마는 물론 자유롭게 회사출입도 할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총은 대법원의 판결을 성질이 다른 사안을 같은 종류로 보고 법률상
같은 효과를 주는 의제규정이나 준용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극히 제한된
사건에 국한시키려는 노동부의 처사는 묵과할수 없으므로 노동부 지침에
대해 거부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노총은 지난 5일 "노동부장관은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의
조합원자격을 인정하라"는 성명서를 낼 계획을 세웠다가 "성명서" 발표
를 취소한채 20여개 산별연맹을 통한 조직적인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노총 관계자는 "노동부의 기존입장 고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판결마저 부인하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지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노동부장관의 퇴진운동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총은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노사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제3조4호 단서조항의 개정을 노동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총의 회장단은 이에대한 대책으로 "해고근로자는 사용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사업장에 출입할수 없도록 하며 <>노동법규의 형식적인 해석
이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법부에 알리고 <>관련법규의
개정건의등을 결의했다.
이처럼 분분한 "해고조합원의 지위" 논쟁은 일부 사업장의 노조가 분규
를 겪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노조간부들이 "해고상태"인 점을 감안할때
올 연말부터 노사분쟁현장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지하철공사를 비롯 대성병원(부천) 동성유리(전주)등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MBC노조
에서도 해고된 안성일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다시 위원장에 선출됨으로써
"해고소송중인 근로자의 신분" 문제가 노동쟁의의 또하나의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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