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정치.경제구도에 대변혁이 임박한 가운데 내주의 노태우대통령
방소와 한.소정상회담의 윤곽이 들어나고 있다.
정상외교에는 으레 "역사적"이라는 상투어가 따라 다니지만 지난 6월초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대면이후 사실상 첫번째의 양국정상회담은 우리나라의
국가좌표를 새로이 설정하게 될 중대한 계기다.
비유하자면 지난달 분단체제속에서 미.일과의 연계라는 단선집도에서
정상적인 복선철도가 개통되는 순간을 우리는 맞고있는 것이다.
이번 한.소정상회담의 중심과제는 한마디로 한.소정상이 ''지역''이라는
종래에 없던 새로운 정치개념을 구체화해가는 과정으로 규정할수 잇을
것이다.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한국을 방문햇떤 소련의 메드베제프 소대통령
위원회위원은 소련이 구상하고 있는 이 ''지역''이라는 개념을 개진한 바가
있다.
우선 지역정치협상기구의 구상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도 유럽의
경우처럼 ''공동의 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관계를 제시한 것인데
문제는 유럽에서 이미 이같은 구상이 지난달 36개국 전유럽국가들의 정상
회담을통해 ''전정안보협력회담''로 구체화한데 있다.
소련 한나라의 이니셔티브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관계의 틀로 세계의
한쪽 부분이 합의해낸 이 ''지역안보협력회담'' 제제는 종래 국가관계의
기본원칙을 수정한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물론 아시아의 경우 유럽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것이 분명하다.
남.북한이라는 대립의 벽도 그렇거니와 미/일경제마찰이나 소련개혁에
대한 일본의 비타협적 자세를 보면 유럽과는 달리 그같은 안보협력
단계로 넘어가기에는 아직도 산이 많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미.일간의 경제불균형이 태풍의 눈이 되면서 아시아와 세계가
한두차례 격동을 경과해야 그같은 안보협력의 공통분모를 마련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건 전망과는 별도오 이미 아시아에서도 미.소는
물론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한국등 역내모든 국가에서 새로운 공동체
구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마치 유럽에서 그같은 공동체구상이 현실적으로 군축등 동.서
긴장완화에서 출발했듯이 아시아의 경우 한반도 평화구조의 정착에 대한
주변국의 관심이라는 형태로 이런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한.소정상회담이 바로 이런 흐름의 주요부분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그런 ''큰정치''를 주도해 나간다면 구태여 서두른다든가 또는
국내 정치경제를 호도하기위해 외교를 내세운다든가 하는 논의는
비생산적임을 알수가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새로운 변화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해서 그것을
수용해 나감으로써 끊임없이 전진해 가는 것이다.
오늘날 남북한문제나 우리 국내정치.경제과제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올바로 수용할대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사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