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장기 재임, 세계 최장수 민선총리기록을 세운 이광요 싱가포르
총리(67)가 오는 28일 간략한 이취임식을 끝으로 오작동 부총리(49)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권좌에서 떠난다.
오부총리는 28일 이광요총리가 31년 전인 지난 59년 총리취임선서를
했던 바로 그 시청회의실에서 30분간의 짧은 취임선서식과 함께 공식
집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물만 교체될뿐 정책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총리직
승계절차만 끝나면 싱가포르를 식민지에서 세계 금융센터로 이끌어 올린
이광요 현 총리는 집권 인민행동당(PAP)의 사무총장직 등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이총리는 현재 이름뿐인 대통령직을 강화, 그 자리에 취임할 계획이라는
세간의 추측을 단호히 부인하고 있으나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국가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향만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때 국가가 필요로 할 경우에는 무덤에서도 돌아올 것이라는 강한
집권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 이광요 총리는 "설사 내가 아무런 권력도,
특별한 직위도 갖고 있지 않더라도 31년 동안이나 이 나라를 이끌어
왔는데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보는가"고 묻고
"영향력 행사는 불가피하고 또 나라를 위해서도 더 낫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편 오작동부총리는 해운회사 중역을 지내다가 이총리의 눈에 들어
지난 76년 의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8년만에 제1부총리직에 오르는
급성장을 거듭한 이총리 측근인사로서 외모나 개인적 성향면에서
이총리와는 크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안경을 낀데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인 오는 이총리의 강건한 이미지와
화려한 웅변을 결여하고 있다.
오부총리는 자신이 집권하더라도 기존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 전 임자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시사를 주면서도 외국언론
탄압이나 87년 공산음모혐의로 가톨릭 관계자 22명을 체포한 것 같은
이총리 재임 당시 논란이 일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일부 책임을
시인하는 입장을 표명하는등 보다 유화적이다.
이총리는 그러나 후임자에 대해 "그가 말은 부드럽지만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고 최근 인물평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