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당의 김대중총재는 23일 상오 국회본회의 대표연설에서
현 시국을 진단한뒤 <도덕정치의 부활> <경제정책 발상의 대전환>
<사회정의와 안정적 발전> <북방외교와 한미일관계> <공존적 통일에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국정 전반에 관해 광범위하게 소신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평민당의 위상과 미래상을 제시.
김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남북한관계와 통일방안에 역점을 두면서
"정국이 순조롭게 풀리면 내년초에 우리 당의 대표를 북한에 파견하겠다
"며 "그 결과 나의 방북이 남북간의 화해와 통일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이
서면 내년중에 북한을 직접 방문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피력.
김총재는 또 공화국연방제 통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주장한뒤
유엔가입문제에 있어서도 "동시가입이 영구분단이라는 북한의 주장도
반대하지만 남북관계에 파멸적인 영향을 가져올 우리만의 단독가입도
반대한다"면서 나름대로의 통일논리를 구체적으로 전개.
현시국과 관련, 김총재는 "이제 정치지배의 힘은 군부와 엘리트로부터
국민대중 쪽으로 이동했다"고 말하고 민주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군사독재적 통치구조와 지방색정치, 지방자치의 미실시등 3가지를 규정.
그는 "그동안의 국회마비와 정치파행으로 국민에게 끼친 염려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뒤 "원내외에 걸친 그간의 투쟁은
내각책임제개헌을 좌절시키고 30년만에 지자제를 회복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고 자찬.
그는 특히 "민자당의 현실은 안으로는 걷잡을수 없는 내분에 휘말리고
밖으로는 철저한 국민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구국과 개혁은 커녕
반동과 권력분식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노정시키고 있다"고 통박.
김총재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에 대해 "3당야합한 자나
이를 반대한 자가 똑같고 지자제약속을 어긴 자나 그 준수를 주장하는
자가 똑같고 금융실명제를 어긴 자나 이를 지키라고 하는 자를 똑같이
나쁘다고 한다"면서 "이같은 양 비론이야말로 그 의도여하를 막론하고
악을 비호하고 이와 싸우는 측을 좌절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역설.
평민당의 김태식대변인은 이날 김총재의 대표연설에 대해 "현대판
경국대전으로 한국정치의 매스터키"라고 자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