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위원장직무대행 김영대.34)는 지난 70년
11월13일"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한 청계천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씨(당시 22)의 분신 20주기를 맞아 각종
추도행사를 통해 전씨의 분신이후 20 년간의 노동조합운동의 성장 발전을
결산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11일 전국노동자대회등 각종 행사 계획 ***
전노협은 전태일기념사업회와 함께 4일 전씨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남양주군마석리 모란공원에서 20 주기 추모식을 가진 것을 시발로
이날부터 13일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동안 노조운동에 관한
심포지엄,전태일문학상및 노동상 시상식, 전국노동자대회등 각종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당시 이 나라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사회에 고발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정부와 자본측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선언하고
동료노동자들에게 단결된 투쟁을 호소함으로써 이후 자주적
민주노동운동의 초석이 됐다"는 전노협측의 평가 를 빌지 않더라도 전씨의
분신은 60,70년대 성장일변도 논리에 맞선`노동자 권리선 언''의 상징으로
노동운동의 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씨는 48년 대구에서 봉제공장 노동자인 아버지와 광주리 행상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국민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채 16살때 "하루
14시간 노동에 커피 한잔 값인 일당 50원을 받는"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시다''로 취직,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노동운동에 눈뜬 뒤 69년
재단사를 중심으로`바보회''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어 2만여 청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노력에 앞장서다 현실의 두터운 벽을 절감하자 70년
11월13일 스스로 몸을 불살라 항의했었다.
전씨는 당시 자신들의 현실에 비추어 아무 쓸모도 없는 근로기준법
책을 품속에 넣고 몸과 함께 불사르는 방법으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으며"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침으로써 동료 노동자들의
`투쟁''을 촉발했다.
전노협이 이같은 짧은 일생을 살다간 전씨의 분신 20주기에 각별한
뜻을 부여하는 것은 20주년이라는 시간적 의미도 있지만 최근의 상황이
재야 노동운동계에 매우 엄혹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전씨
분신의 정신을 되살려 난국타개책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전노협은 지난달 20일 이번 추모행사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택값 폭등등 치솟는 물가고, 구속노동자의 급증,쟁의사업장에 대한
공권력의 무차별 투입, 특히 ` 대범죄 전쟁''을 빙자한 노동운동의 탄압등
오늘날의 상황은 20년전 전태일열사가 분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규정하고"이로 인해 노동자 대중의 투쟁열기가 위축돼
가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고 비관적인 정세전망을 한 바 있 다.
전노협은 이같은 입장에서 11일 잠실운동장에서 전국적으로 3만명의
노동자들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개최할 예정인 전태일시 20주기 추모 90
전국노동자 대회준비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