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각서 유출사건을 둘러싸고 민자당의 내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29일 상오 당사에서 열린 확대 당직자회의에
참석하지 않은채 상도동자택에 칩거하며 민주계 의원들과 향후 대책을
숙의.
이날 상오 7시를 전후해 김명윤상임고문, 김동영정무장관, 김덕용의원,
이원종 전민주당총재보좌역등 측근들과 김동주제1사무차장, 박관용 김봉조
강보성의원, 김우석비서실장등이 속속 모여들어 "김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상처를 준다면 우리로서도 가만이 있을수 있느냐"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먼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나누며 분개한 표정들.
김고문은 김대표와 잠시 면담한데 이어 <어떠한 대책을 건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대표는 위기극복에 대해 비상한 영감을 갖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특별히 건의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박정희정권이 김영삼총재를
죽이려 해도 못죽였지 않느냐 분"이라고 말해 각서유출파문이 정치공작적
차원에서 김대표측을 고사시키려 하는데서 비롯했다는 상도동측 시각을
반영.
김고문은 또 "대통령이 사무총장에게 각서 사본을 보낼 필요도 없으며
그 서류가 분실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상식밖의
일"이라며 "어제 민주산악회 대구지부 모임에 참석했더니 김영삼이를
이렇게 코너에 몰어 넣을수 있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더라"고 한마디.
또 김덕용의원은 김대표와 잠시 독대한뒤 "김대표가 과거 단식할 때와
비슷한 심경으로 매우 담담하더라"고 전했는데 <단식할 때의 심경과
비슷하다는 것은 비장한 각오를 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고 이원종전특보는 " 언론에 김대표가 격앙돼 있다고 하지만
지금 심경은 오히려 후련하다는 뜻"이라고 부연.
김대표와 역시 독대를 한 박관용의원은 "김대표가 비장한 결심을 한
것으로 보여 특별히 건의할 얘기가 없었다"면서 "노태우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지금 내각제를 꺼내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민자당을 깨 려는 것인지, 평민당을 국회에
못들어오게 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그 의도를 모르겠 다"고 민정.공화계를
비판.
박의원은 특히 "내각제는 절대로 실현될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
김동주의원은 "그동안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김대표에게 상처주기만을
계속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결연한 대책을
주장했고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강의원은 "각서유출사건은 도덕성의
문제"라고 흥분.
한편 전날 하이야트호텔에서 김대표와 만난 민주계 중진의원중
한사람인 박종율 의원은 "평민당이 국회에 등원하려 하는등 정치가
복원되려는 마당에 내각제를 들고 나와 정치복원 자체를 깨려는 것은
정계개편과 세대교체를 겨냥한 조직적인 계획의 일환"이라고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