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제방유실로 침수됐던 일산 평야일대에는 지난번 물난리때 한강에
마구버린 폐윤활유와 농가에서 흘러나온 각종 기름이 뒤범벅이 돼 악취와
기름찌꺼기로 농민들이 수재와 함께 2중고를 겪고 있다.
20일 경기도 고양군 송포면 송포 들녘 1천2백ha의 논밭에는 지난번 수해때
한강상류에서 악덕업자들이 흘려버린 폐윤활유와 페만사태로 기름값이 오를
것을 우려, 가을수확기에 대비하여 농가에서 사둔 농기계용 기름등이 침수로
흘러나와 농작물에 달라붙어 코를 찌르는듯한 냄새와 함께 일산평야 일대가
"검은 들녘"으로 변해버렸다.
또 물에 잠겼던 가옥들은 물은 빠졌으나 이들 기름찌꺼기가 담벼락과
방안 구석구석에 붙어 있거나 이불 장롱등 가재도구에도 스며들어 수해와
함께 폐유찌꺼기에 시달리고 있다.
*** 우물오염 식수난 겹쳐 이중고 ***
송포들녘 일대에서 7천평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김해경씨(33. 송포면 법천
1리 111의1)는 "악덕업자들이 마구 버린 폐윤활유로 인해 올 벼농사는 모두
망쳤다"며 한숨지었다.
김씨는 "이 일대를 뒤덮은 물은 모두 빠졌지만 끈적끈적한 기름찌꺼기가
벼에 달라붙어 물로 씻어도 씻겨지지 않을뿐더러 벼를 일으켜 세울 수도
없다"며 폐허가 된 들녘을 넋없이 바라보았다.
이 마을에 사는 유배근씨(55)도 "50마지기의 벼농사가 폐유로 인해
헛수고가 됐다"며 "내년 농사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앞선다"고
한탄했다.
주부인 김미애씨(28)는 "방바닥이나 장롱등은 기름세척제로 닦으면 되나
이불 요등은 빨아도 소용이 없어 대부분 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