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한소수교가 축으로 되면서 한반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9월초부터 북경~평양~블라디보스토크~동경을
거쳐, 오는 27일 뉴욕에서 한소외무회담을 갖는 소련의 냉전이후 동북아
구상이 북한을 움직여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일성북한주석의 중국방문과 일/북한연락사무소설치합의설, 가네마루
일본전부총리의 24일 북한방문, 그리고 미국이 대북한통신제한을
내달부터 해제하기로한것등이 모두 여기 조응하고있다.
또 국내에서 남북한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발언이 나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자관계라는 복잡한 조합이 본격 가동할때가 되어야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된다고 말할수 있겠지만 현단계에서는 소련의 새 동방정책이
국면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소련의 이런 페레스트로이카 동방정책은 무엇보다 소련이 그
군사능력감축을 이지역의 전반적 군축과 연결시켜나가는 ''군사접근''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소련의 군사접근은 벌써 남북한관계에도 예민하게 투영되면서
기주의 남북한협상분위기나 방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난번 평양방문에서 셰바르드나제는 "남북한은 한반도군축을 위해
불가침선언등 쌍반간에 입장이 근접하고 있는 요소들을 일치시키고 이를
실천해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은 정치군사에서 민간교류까지 남북한 양측이 열거하고 있는 협상
아이템중에서 불가침선언부분을 꼬집어 내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번 남북회담은 전과 다른 두가지 전개를 보였다.
그 하나는 형식적인 것으로,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으면서도
회담이 자연스럽게 평양2차회담으로 넘어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회담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하나의 한국을 명분으로 내걸고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정치협상식의 모든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따라서 남한의 존재를
부정하는 기본입장을 어떤 회담에서나 형식과 내용에서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또 남한이 합의가능한 것부터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해온데 반해서
북한은 정치협상을 열어 가장 중요한 정치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셰바르드나제가 말하는 "평양회담에서의 많은 진전"은 이런 남북정상회담-
불가침선언이 아니더라도큰 의미를 갖는 것은 물론이다.
종래 협상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협상을 한다든가 남북문제의 구체적
해결방안을 두개의 한국음모로 몰아붙임으로써 협상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해가면서 대결체제를 굳혀간다는 북한의 입장은 크게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런 북한의 입장수정이 김일성의 중국방문과 북한 일본관계의 진전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거니와 이것은 전체적으로 앞에서 말한 6자관계에서
새로운 한소수교가 다른 4자간의 관계를 재촉하는 것중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남북이 최초의 입장에서 한발씩 나서서 현안의 구체적 토의를
해야하는 단계로 다가섰다.
무엇보다 한반도긴장완화가 관련강대국간의 이해와 일치하고
또 민족의 열망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관계는 가속화할수
밖에 없다.
15일 한소무역협정이 가조인되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새 동북아질서형성에 과감한 이니셔티브를 장악해서
이제부터는 통일후의 한반도 위상을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정립하느냐하는
한차원 높은 국가목표를 세우고 또 거기 입각해서 통일정책을 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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