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불허하던 남북총리회담이 예정대로 오는 4일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남북한 양측이 30일 판문점에서 제1차 총리회담의 북측대표단 명단과
남측의 신변안전보장각서를 교환함으로써 서울회담 개최는 기정사실로 된
것이다.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총리회담이야 말로 여느 회담과는 달리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보는 것이 우리민족 모두의
염원이다.
이번 회담이 무엇보다 다른 것은 형식상 최고통치자 다음의 고위관리가 그
직함을 가지고 처음 만난다는 점이다.
그렇게 볼때 남북총리회담은 본격적인 남죽대화의 시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장에 막힌 벽이 헐리고 통일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는 자칫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창하게 단번에 통일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서로가 불신의 벽을
헐어내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서로가 믿지 못하고 있는채로 통일을 이야기 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순서임은
자명하다.
그동안 여러차례 가진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과연 얻은 것이 무엇인가,
대화를 한다면서 이를 스스로의 체제다지기에 수단으로 이용한 적은
없었는가, 또한 회담진척의 부진이나 회담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
시키는 일만을 거듭해오지 않았는가, 서로가 반성해야 한다.
이제 서울의 회담에 이어 10월16일부터는 평양에서 제2차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그렇게 회담이 계속되면서 한걸음씩 물적 인적 교류를 확대시키고 평화를
정착하며 통일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진전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서울의 남북총리회담이 만일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발리 실망하지 말 일이다.
그러나 모처럼 양측 총리가 서로 만나는 만큼 남북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는 종래의 저차원회담때의 전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회담의 의제가 북측의 주장대로 결정된 점을 고려한다면 북측은
군축문제를 가장 먼저 토론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군축을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군축의 전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상호간의 신뢰구축이다.
따라서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이 선행해 나간다면 군축의 길도 열릴 수
없는게 아니다.
우리는 경제교류와 경제협력이야말로 남북이 공존공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분야라고 믿는다.
통일을 전제로 할때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나 긴장완화를 위해 이처럼
효과적인 방법은 달리 없다.
또 이와 더불어 이산가족의 왕래를 포함한 인적교류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경제교류 못지 않게 크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문제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실현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현해 가는 효과적인 회담을 남북이 할수만
있다면 통일의 길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 없다.
남북 서로가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하거나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전략의 통일논의를 피한다면 문제는 쉬워진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우리의 옛 속담을 다시 음미하면서 최초의
역사적인 총리회담이 최고당국자 회담으로 이어지고 다시 통일로 이어지는
첫걸음일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