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잘 돌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인가, 경제인가, 아니면 사회질서인가.
그어느 하나도 잘 되고 있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아마도 누구나 그럴
것이다.
높게는 최고층의 정치지도자 국회의원에서 넓게는 농민 근로자 철거민
학생 전경 교사 간호사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기주장만 세우는데 눈이
벌갰다. 최근에는 중앙관서 공무원들이 장관면전에서 항명을 했고 엊그제
잠실야구장에선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난동을 벌였다.
제 주장을 세우는 일은 민주시민으로 의당 갖추어야할 덕목이다.
그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주장 중할줄만 알았지
남의 주장도 중한줄 모르는데 있다. 주장과 주장이 맞서면 결국 타협을
하거나 다수결로 가려야 한다. 그게 아니라 막무가내로 제주장만을
몽땅 관철하려할때 억지가 따르고 폭언 폭력이 따른다.
주야 안가기로 반대자의 집으로 사무실로 협박전화를 건다.
교통질서 위반으로 단속을 받는 운전자는 끝내 잘못을 시인하지 않다가
급기야 경찰을 차에 매단채 질주를 하기도 한다. 공중전화 좀 빨리 끝내
달라는 재촉에 칼로 목을 찌른 흉사는 예외적인 돌연변이가 아니라 얼마든지
또 일어날 개연성을 이 사회는 잠재하고 있다.
어른이 젊은이의 잘못을 타이르는 미풍은 사라진지 오래다. 타이르기는
커녕 담배불쯤은 얼른 붙여주어야 하고, 옆에서 저지르는 행패에 고개를
돌려 못본체 하지 않으면 왜 쳐다보느냐고 매질을 당하는게 선차반이다.
요즘 독일사람보다 우리민족이 못하다고 우국지심에서 어정쩡히 인정한다.
그러나 사실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부터 자기향상은 있다.
결국 통일도 그래야 뒤따라 갈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사람 한사람에게로
귀책되는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다. 정치가는 국민에게, 국민은 정치가에게만
덤터기를 씌운다. 회사는 직원에게, 직원은 경영자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전라도사람은 경상도사람에게, 경상도사람은 전라도사람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평양은 "서울에, 서울은 평양에 덤터기를 씌운다. 그러니 속이 빤해진
이 좁은 지구촌에서 결국 ''코리안''의 매도시세만 폭락한다.
그러면 누가 앞장서서 이 책임전가의 무한한 악순환을 풀것인가.
정치인인가. 아니다. 나 스스로가풀대 비로소 모두가 풀린다.
그길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