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아 있는 동물이란다면 경제정책을 다루는 관리들은 사육사라고
함직하다.
사육사는 자기가 기르는 동물에 대해 그 생리나 습성에 익숙해져서
애정까지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제라는 동물을 사육하는 우리 경제정책당국은 좀처럼 그
동물과 친해지지 못하는가 보다.
증시위기가 급기야 제2단계에 들어갔다.
연초 95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이 70조원이하로 떨어지면서 투자손실이
25조원에 이르고 있다.
일반투자자건 기관투자자건 회복할수 없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작년 4월이래 1년4개월 증시 대폭락의 첫단계이고
이제부터는 이런 증시의 기능마비가 정부의 통화 재정정책은 물론
물가정책의 발목을 움켜 잡고 놓지 않을뿐만 아니라 산업투자나 기업
경영에도 중대한 타격을 주는 시점에 왔다.
기업의 직접금융이 50%가 넘던 상황에서 그것이 갑자기 끊어졌으니
강물이 바닥을 드러낸 형국이다.
증권시장의 기능마비로 더이상 통화환수에 증시를 동원할 수 없게
되었다.
통화환수라는 낡은 수법조차 막히면 우리 통화정책은 속수무책이다.
정부의 재원조달도 큰 파이프가 막혀 결국 추경예산을 남발해
통화나 재정의 긴축은 물건너 갔다.
직접금융시장이 고갈되면 당연히 은행에 대한 대출수요가 몰리고
기업은 자금난이 심화되어서 설비투자에 차질이 온다.
증시는 또 생각이상으로 대중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투자손실은
구매력감퇴로 나타나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또하나 고리가 되고 있다.
관리들은 증시의 침체가 실물경제의 침체를 반영한 것이어서
어쩔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증시는 지금 "경기의 거울"이 아니라 경제파국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우리경제 최대의 불안요인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놓이게 되는 위치에 따라서 전혀 새로운 의미와
내용을 가질수가 얼마든지 있다.
증시침체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갔으나 우리 증시를 보는 정책당국의
눈은 구태의연하다.
투자자들이 자기책임아래 투자를 해서 손해를 봤다고 데모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런 논리에 기대고 또 1년 4개월이나 계속 떨어졌으니
사회가 면역이 되었으리라고 계산을 하고 증시대책은 역시 불가근
불가원이 상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 경제에서 증시문제가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의 인식이 거기 따라가지 않고 있는데서 우리는 증시파국의
2단계가 더 심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된다.
......... 중 략 ............
부동산투기와 증시침체로 난조를 보이기 시작한 우리 경제의 헝클어진
가닥을 다시 증시에서부터 바로 잡을수 있는 계기가 온 것이다.
"증시를 회생시켜서 경제난 타개의 발판을 마련하자" 이런 방향으로
증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기를 거듭 당부한다.
자본자유화문제도 기왕에 불가피한 것이라면 원칙론에서 맴돌것이
아니라 이런 정책우선순위에 따라 수단으로서 활용한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고 그런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