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개등 가축에 강제로 물을 먹여 도축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가축검사원으로 도축장에 파견된 수의사가 소(우) 계류사의 관리를
소홀히해 소가 물을 먹고 도살됐을 경우 직무 유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직무유기죄는 피의자가 범행당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성립하는 죄목으로, 기소된 피의자들 대부분이 범의를 완강히 부인해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가능한 한 이 죄의 적용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런 점에서 이 판결은 이례적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주목
된다.
*** 무죄선고받은 다른 수의사도 원심파기 환송 ***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용준 대법관)는 9일 직무유기혐의로 기소된 충남
가축위생시험소 서부지부소속 수의사보 전용호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전피고인의 상고를 기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위생시험소소속 수의사 박성원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재심리토록 대전
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전피고인은 지난 88년 12월12일부터 19일까지 도축업체인 일흥산업에 가축
검사원으로 파견근무중 "도축장에서 소에 대한 강제급수의 방지와 사료의
소화, 신선한 고기질의 유지를 위해 퇴근할 때에도 소의 숫자를 확인하고
소계류사의 출입문을 반드시 잠그고 나가야 한다"는 축산물위생처리규칙을
무시한 채 계류사문을 열어놓아 도축장직원들이 소에 물을 먹여 도축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다 상고했었다.
박피고인도 이 도축장에 파견근무중이던 같은해 10월29일 계류사에 입사된
소 11마리의 배가 불룩하고 오줌을 계속 싸는데다 놀란 눈빛에 몸동작이 둔할
뿐만 아니라 바닥이 물로 흥건히 젖어 있는 상태를 발견, 강제급수의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생체검사를 거쳐 도축지시를 내린뒤 검사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됐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범행일시에 생체검사를 마쳐
도축을 승인한 소들이 강제로 물을 먹인 소였다는 점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을
뒷받침할 만한 보강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었다.
*** "자백도 허위아닌 이상 범죄 증거로 충분" ***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의사보로 공무원신분인 전피고인이 가축도축장의
검사원으로 파견근무를 하면서 퇴근시 소 계류사의 시정장치를 제대로 확인
하지 않고 그 관리를 도축장 직원에게 방치한 것은 검사원으로서의 직무를
정당한 이유없이 유기한 것으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피고인에 대해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않더라고 피고인의 자백이
허위가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충분하며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원심 파기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