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폐업사태가 전국규모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서점이라곤 눈에 띄지 않는 한국의 대도시서 어떤 이유
로건 그것이 더욱 줄어든다면 우리의 장래는 어느방향으로 가는지 적이
걱정이 앞선다.
얼마전 우리 경제의 버블(거품)현상이 여러 신문과 TV에 보도되었다.
86년부터 3년여, 이른바 3저효과로 과잉유동성이 넘쳐나서 이미 주식
시장을 한껏 부풀렸다가 다시 밑바닥에 곤두박질시켜 금융질서의 기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투기가 절정에 달해 사회생활의 틀을 크게 어지럽혀 놓았다.
이 거품현상을 경계하는 것은 이런 "카지노경제"가 1920년대말 미국경제
에서 보듯 대불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갈브레이드교수가 이 대불황을 분석하면서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당시
사회의 지적빈곤을 들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주가가 지나치게 폭등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 즈음이면 여자들의 옷차림
이 달라져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사회가 온통 부유하면 지적
빈곤이 그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로 작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적빈곤의 단초가 우리 사회에서도 구체적으로 서점의
몰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또 이문제가 이해당사자들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닌것 같다.
지금 우리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비디오문화, 저질향락문화에 대항할
방편으로서 도서의 출판과 유통이 정부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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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가 내놓은 문화발전 10개년계획은 장기계획에 걸맞게 3조8천5백
억원의 소요자금을 계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른바 사회의 "문화매개기능"에 2조5천억원을 투입하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도서의 출판과 유통도 컴퓨터화하는 "전자책방"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도서의 구입이나 내용까지도 컴퓨터로 처리하는 사회시스템까지를 생각
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화위기
에 대한 대답은 아닌것 같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12개도시에 19개의 지역별 도서도매
기구를 설립하면 도서유통체계를 근대화할 기틀을 닦을수가 있다고 한다.
1개소에 5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고 여기에 관련업계가
공동투자하는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적인 과제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 안되면서
참여할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도서의 1년 총규모는 6천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비록 서울에 세군데 밖에 안되지만 1천평이 넘는 대형서점의
매출액이 급신장하는 것을 보면 유통구조가 원활하게 될 경우 국민의
지적욕구가 여기에 부응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금년 10월에는 지난 4년간 장소를 구할수 없어서 중단되었던 도서전시회
가 열린다고 한다.
그동안 출판계 일부와 정부가 정치적 긴장관계에 있어서 이런 행사가
중단되었지만 이제 가을이 와서 10월에도 도서전시회가 열리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출판계의 현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서점의 평균 넓이는 7.5평에 불과하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해서 파는 상점이 아니라 크든 작든 그 지역사회의
중요한 문화공간의 넓이로서는 너무 비좁다는 느낌이다.
서적상도 고객의 독서상담을 물론 체계적인 고객관리로 명실상부하게
지역사회에서 문화적지도자의 구실을 할수 있어야 한다.
수요확대문제에서도 그동안 여러차례 논의돼온 범국민독서운동기구가
하루빨리 발족되어야 하겠다.
도서구입카드제나 도서상품권을 비롯해 산발적으로 아이디어에만 머물고
있던 방안들도 이런 기구발족과 함께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는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정보는 곧 유통이다.
도서의 원활한 유통이야말로 우리사회의 막힌 곳을 뚫는 가장 중요한
분야임을 다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