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 주한미국대사는 27일 "소련과 중국이 한국을 승인한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는 교차승인을 현시점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이 북한을 승인한다고 해서 남북한의 통일문제에
도움이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레그대사는 이날 하오 관훈클럽(총무 신용석 조선일보논설위원) 초청
토론회에 초청연사로 참석, 질의에 대한 응답을 통해 "지난 75년에는
소련과 중국이 서울을 인정하면 미국도 북한을 승인하는 교차승인을
박정희정권이 동의했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최근 한국이 노력하는 만큼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해줄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한반도통일 남북대화로 결정돼야 ***
그레그대사는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교차승인이 통일에 효력이
없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현재단계에서는 그렇다"고 말하고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의 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진지하게 토의할 것이나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한반도의 통일은 궁극적으로 서울과 평양간의 대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레그대사는 또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문제에 관해 견해차가 없으며
소련이 북한의 핵안전협정에 가입하도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캠프 데이비드의 미소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의 유엔동시가입문제가
논의됐었는지 여부는 알수 없다"고 밝혔다.
그레그대사는 지난 4일의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간
한소정상회담에 미국측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한소정상회담은
쿠데타적인 것으로 이는 한국외교의 성과이며 미국은 한국의 북방외교를
측면에서 지원해 왔으나 한소정상회담에는 아무런 역할을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용산의 미군기지 이전문제는 지난 88년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측에 제기한 문제이며 최근의 협의과정에서 이전비용은 한국측이
부담하되 미국은 입지를 추가로 사용하지 않는등 가능한한 노력을 다해
그 비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함께 "김일성 생전에는 통일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그
이유로서 "북한주민이 남한보다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인식하게 되면
정통성이 흔들릴 것을 그 스스로 잘 알고 있어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변화를 기피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군사균형이 북한 계산착오 막아" ***
그는 남북간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미국은 조기에 철수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일성이 세계정세를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보지 않고
있으며 미군만 철수하면 남한을 침공해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이같은 비극적인 계산착오를 하지
않도록 군사균형을 깨뜨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레그대사는 "미국이 거의 10년동안 광주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것은 그렇지 않다고 해서 좋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만약 한국이 통일이 된 뒤에도 한국국민이 원하면
미군은 한국에 주둔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태평양지역을 진공상태로
두지 않고 나름대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관훈토론회에는 토론참가자로 문명호 동아일보논설위원 박우정
한겨레신문민족국제부장 이청수 KBS해설위원과 외신기자로서 조셉
맹구노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이 처음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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