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뒤에서 줄다리기를 계속하던 미국과 북한관계가 표면에 떠오르고
있다. 6.25 참전 미군병사의 유골반환이라는 형식으로 양측에서 정식
협상이 성공하고 이어서 북한에서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허담 대남담당
비서겸 조평통위원장에 대한 미정부의 입국 허용여부가 주요관심사로
떠올랐다.
워싱턴대 주최 학술회의 참가목적 입국으로 비자발급이 이번에
안되더라도 그 연구소의 소장이 개스턴 시거 전미국무차관보이니만큼
초청자체에 외교적 의미가 작지않다.
양측은 또 앞으로 접촉의 수준을 공사 또는 대사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한소관계에 비해 크게 뒤져있던 미/북한관계가 초보적 수준이지만
본격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북한관계의 이같은 진전은 그러나 양국관계라는 선에서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마디로 새로운 국제환경을 맞아 전면적인 구조개편기에 들어간
미/소/중/일/남북한등 동북아당사국간의 여러갈래 움직임의 일부로서
이해되어야 할것은 물론이다.
우선 이런 현실에 비추어 최근의 한반도 관련 여러 움직임도 그같은
틀속의 되풀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 경우는 좀다르다.
허의 비자신청이 아직 없다지만 조만간 템포가 빨라지면서 이른바
"한반도문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해도 좋을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라는 영전의 마지막 장을 제거하지
않고는 그들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고 있는
동북아의 새 탈냉전구조를 만들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미국과 소련은 워싱턴에서 외상회담을 열었다.
이 미외상회담은 이번 월말로 예정되어 있는 미소정상회담의 의제를
최종 조정함으로써 미소가 본격적으로 이른바 탈냉전세계구조에
들어가는 신호탄같은 것이었다.
중략.......
한반도문제로 지난 4월초의 외상회담은 미소두나라가 과거와는 매우
달라진 여건과 균어에서 논의한 첫회담이었던 셈이다.
현시점에서 이외상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지금 우리주변에서 보도되고
있는 미/북한관계나 남북관계의 진전들이 모두 이외상회의의 틀에서 이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이후총리가 최근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제의하고
나선것이나 중국의 전기심외상이 중국/북한밀월관계에도 불구하고 두개의
한국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하여 통일접근을 지지하면서 한중관계수립추진을
계속하겠다고 의사를 밝힌것등 미국과 소련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까지도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다.
이들 강대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에 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곧바로 앞으로 동북아에서 정치적인 이니셔티브를 잡는 일이고 또 그것이
경제적인 이익으로 환원되는 일이기도 하다.
소련과 중국이 한국을,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교차승인함으로써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는 "한반도평화구조"는 우리입장에서는 통일문제다.
주변정세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해서 동서독은 통일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내부에서의 강력한 추진력이 외부의 힘을 압도하면서 순조롭게 통일과정을
진척시키고 있는 것이 부럽다.
북한이 동독처럼 변화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우리도 양독처럼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 달성을 통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인 통일에의
첩경임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