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대폭락의 행진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26일 증시는 하루 낙폭
으로는 사상최고인 28.96포인트를 기록, 종합주가지수는 720대로 밀렸다.
특히 증시에 상장돼 있는 종목이 1,284개에 이르고 있는데 이날 거래가
형성된 685개종목 가운데 단 한종목도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고 무려 477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폭락장세가 증시공황사태로 까지는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희망적
인 전망을 해보지만 어쨌든 1990년 4월26일은 한국판 "암흑의 목요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어제는 주가가 다시 크게 반등세를 나타냈으나 이것만으로 증시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증시는 부양조치에 의해 안정되어서는 안된다.
다시말해 증시자체의 자율조정 능력에 의한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증시는 자생력을 이미 상실했다.
정부당국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증권업계가
25일 증시안정기금 설립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주가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폭락을 기록한 것으로도 증시의 자율회생은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증권당국이 증시자체의 자율조정능력회복을 기다린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주가폭락을 방치하겠다는 이야기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대로 증시를 방치하다가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오르면 오르는대로 증시를 빠져 나갈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은없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투신환매로까지 이어져 증시는 붕괴되고 경제공황은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시파국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주가폭락은 단순히 투자자들의 손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생산자금조달창구가 막히고 그것은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켜
연쇄도산을 불러온다.
지난 1년간 상장기업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이 21조원으로 은행대출보다
많았다는 사실은 증시의 중요성을 알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작년 12.12 증시부양조치의 실패경험을 되살려 증시에 적극 개입
하지 않겠다는 소위 무책이 상책이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증시붕괴조짐은 무엇보다 정부당국이나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책임있는 당국자가 증시부양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우리경제는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어려움을 이겨낼수 있다.
최근에는 침체의 늪을 헤매던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에 맞추어
주가가 곤두박질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시황이 나쁠때마다 정책당국이나 증권업계가 곧바로 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부동산투기대책이나 주식보유조합의 재원확충방안마련에 정부는 인색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급한 불은 급한대로 끄면서 근본적으로 우리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경제란 전쟁전야를 방불케하는 긴장된 분위기속에서는 푸석하고 시들고
마는 연약한 성질임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