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화가 미국의 달러화와 일본의 엔화 사이에 끼여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의 몸살을 앓고 있다.
원화는 올해 들어 3개월 남짓 사이에 미달러화에 대해서는 3.65%가
절하되었으나 엔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3.3%가 절상되었다.
원화가 달러에 대해서는 절하되고 있는데도 엔화에 대해서는
절상되고 있는 것은 원화의문제가 아니라 엔과 달러간의 문제가 그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달러와 엔, 여기에 서독의 마르크, 이 세 주요통화가 이른바 변동환율제
라는 현행의 미덥지 못한 국제통화제도 속에서 예측불가능하고
제어불가능한데다가 서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 시키려는 각축적 양상마저
띤 불규칙적 변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3대축을 이루고 있는 미/일/서독경제는
나름대로 주목할만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변동환율제가 갖는 불안정성을 또한번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 및 무역의 쌍둥이 적자가 취약점이라면
일본은 급격히 쌓이는 금융자산, 즉 스톡 (stock) 이 경제의
소득적인 활동, 즉 플로 (flow) 와 균형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가와 주가의 물거품 상승현상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달러값이 급상승하고 주가는 떨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세계통화의 불안을 놓고 지난 7일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서방7개선진국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것 같다.
이번 파리G7회의가 엔화의 급락을 근심하여 모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협조적 대책을 결론적으로 마련할 수 없었다는 것이
세계경제에 주는 의미는 비관적이다.
그중에도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오늘날 세계
경제가 7대선진국 (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또는 여기서
캐나다와 이탈리아를 뺀 나머지인 5대선진국 (G5), 한걸음 나아가 미국
일본 서독, 이 3대국의 이해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심각한
불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IMF와 G7회의에서 선진국간의 환율을 브레튼 우즈체제 때처럼
다시 고정환율제로 회복시키는 방안을 빨리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서방은행들과 투자가들에게는 환율의 불안정이 자산운용게임의 기회가
되어준다는 매력이 있을지는 모르나 경제가 아직 거의 플로 일변도에
머무르고 있는 비선진국에겐 견디기 힘든 폐해만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알기 바란다.
이 점은 막 개방화의 길을 디디기 시작한 동구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우리정부에 대해서도 제안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선진국환율의 이러한 비정상적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비록 그 효과는 크게 제한되어 있겠으나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현행 외환시장에 미달러 이외에도 엔과 서독마르크
를 거래시켜보는 안을 토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방법대로 하면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결정되면 기타통화에 대한 환율은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기타통화의
대미달러환율을 그대로 원화에 연동 적용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제안이 뜻하는 것은 하필 미달러만이 아닌 일본엔이나
서독 마르크도 포함하여 그 가운데 어느것 하나와 원화의 환율이
결정되면 나머지는 국제시장의 환율에 연동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여 엔화환율을 결정한 후 달러환율을 국제시장과
연동시키는 경우에는 모르기는 하지만 원화는 지금보다 더 절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엔화는 현재 우리경제에 달러보다 더 직접적인 필수품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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