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렌드라 네팔 국왕은 30년전부터 시행돼온 야당 금지조치를 8일 해제하고
다당제 도입을 선포함으로써 네팔 근대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를 빚은 7주간의
민중시위에 굴복하고 세계 유일의 힌두교 왕국인 네팔의 민주화 길을 열었다.
*** 민중항거에 굴복 ***
네팔의 유일 절대 권력자이며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한 비렌드라
국왕은 이날 국영 TV로 방영된 발표를 통해 지난 1982년 제정된 헌법
서문에서 "무당제"란 단어를 삭제하며 정당활동의 금지조항도 철폐한다고
밝혀 지난 1960년 마헨드라 부정이 금지했던 다당제로의 회복을 선언했다.
네팔 국영 TV는 국왕이 민의와 민주적 가치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전통에
입각하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슈파티 라니 외무장관은 의회 선거가 곧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왕-재야지도자들 최초협상에 결정 ***
이같은 선언은 이날 국왕와 재야지도자들간에 왕궁에서 여러시간동안 열린
사상 최초의 협상끝에 나온 것으로 재야지도자들도 국왕의 선언에 호응, 지난
6일부터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전국적인 시위를 중단키로 합의했다.
국왕의 이같은 정치개혁 선언이이날 밤 11시(한국시간 9일 새벽 2시)경
국영 TV를 통해방영된 후 수천명의 시민들은 통금령에도 불구, 등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종을 울리고 고등을 불며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작된 민주화
운동의 승리를 자축했으며 많은 시민들은 온 집안의 불을 켜고 지붕에 올라가
"승리, 승리"라고 외쳤다.
금지된 네플의회당과 좌파 정치 단체들의 연합기구 지도자들은 이같은
조치를 일제히 환영했으며 국왕과의 회담에 유일한 여성으로참가했던 통일
좌파전선의 사하나 프라단은 "이로써 네팔에 인권과 의사표현의 자유가 도래
했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지난 29년간 금지돼온 네팔 의회당의 지도자 키르슈나 프라사드 바트라이는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재야 지도자들이 국왕과 한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히고 "회담은 매우 정중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네팔의회당의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사무국장은 자신들이 반정부
시위를 중단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왕이 곧 판차야트(의회)를
해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