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진천보궐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가칭 민주당의 허탁후보가 승리
한 것은 결과의 의외성 만큼이나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관심.
우선 여당 일색인 충북에 첫 야당의원이 생겼다는 점을 꼽을 수 있고
더구나 충북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나 곧바로 후보로 출마한 유리한 조건에서
낙선한 것은 "도백"을 존경하는 이지역의 전통적 풍토로 미뤄 의외성을
넘어서 "이변"으로 기록.
충청북도의 현역의원들 가운데 김종호 정종택 오용운의원이 이지역 도백을
지냈고 박준병 민자당사무총장과 이춘구 이종근의원이 육사출신인데 육사
(13기) 출신이며 도백을 지낸 민태구후보의 패배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
이번 선거는 또 거대여당인 민자당과 아직 창당대회도 치르지 못한 민주당
이 맞붙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으로 당초 상대조차 안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설마 지겠느냐"는 여당의 방심이 허를 찔린 격.
*** 민자당 자충수로 반사이익 ***
이번 보선에서 민주당의 허후보가 승리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인 작용을 했으나 민자당측의 자충수에도 적지않은 반사이익을 봤다
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당초 김완태의원의 사망으로 실시된 이지역 보궐선거에는 지난 총선의
차점자인 이재철(구공화당위원장)씨가 여당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원칙이었음
에도 불구, 민자당측은 여러 후보가 난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유력인사를 내세워 3당통합후 처음 실시하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다는 욕심
아래 민전지사를 꿈꾸며 국회의원에는 별 욕심이 없는 민씨를 낙하산식으로
투입한 것.
막강한 배경의 민씨가 출마하자 민자당이 목표한바대로 출마희망자들이
사라졌고 무투표 당성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상황에서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허씨가 무모한 도전에 나섰으나 결국 1대1의 여야 맞대결 성격이 되는 바람
에 선거자체가 여당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으로 변모한 것.
*** 농정부재 / 골프장건설공략 주효 ***
게다가 이지역 주민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농민들이 농산물수입등에 따른
농촌황폐화로 "더이상 잃을게 없다"는 악만 남아있는 현실을 파악한 허씨가
정부의 농정부재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한편 민후보가 도지사 재임시
허가해준 골프장건설문제를 공격목표로 삼은 것이 주효.
또 민주당에 변호사출신의원들이 많아 이들이 이지역 기관장들을 찾아
다니며 불법선거를 자행하면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
먹혀 들어가 민자당측이 종전과는 달리 수건한장 비누하나 돌리지 못한
것도 유권자들을 돌아서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민자당 관계자들은 푸념.
*** 진천지역, 허후보에 표 몰아줘 ***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를 내지못한 진천에서 "우리는 뭐냐"는 식의 자존심
발동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당바람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허후보에게 몰표
를 안겨준 것도 민후보로서는 치명타로 작용.
민주당의원들이 대구와 진천/음성을 오르내리며 최선을 다해 지원활동을
벌인 것과는 달리 민자당의원들은 충북출신의원들만이 소극적인 지원에 그쳤
고 김영삼 김종필 두 최고위원의 방문도 겉치레행사에 불과해 득표로 연결
되지 못했으며 민자당선거대책본부장인 김종호의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뒤
늦게 깨닫고 혼자서 선거이틀전부터 동분서주했으나 이미 상황은 회복불능
상태였던 것.
이밖에 박찬종의원 폭행사건도 민자당측에 악재로 작용했으며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닌데다 농사철로 바쁜 시기여서 투표율이 지난 총선에 비해 낮았
던 것도 허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요인들.
충청도 양반기질답게 이지역 유권자들은 끝까지 가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우열을 점치기 어려운 가운데 여야 양측은 아전인수격으로 이를 해석
했으나 유권자들은 마침내 투표권행사를 통해 그동안 마음속에 감춰왔던
하고 싶은 모든 얘기들을 털어놓은 셈이 됐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