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대중화로 컴퓨터 표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공업진흥청의
국가표준과 한국전기통신공사의 규격이 서로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더욱이 이들 두 기관의 표준에 서로 호환성이 없어 규격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용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두 기관은 아무런 해결의 노력없이
각자의 규격만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진청과 통신공사는 개인용컴퓨터에 관한 우리나라의 양대 공인기관.
컴퓨터의 모니터기능을 통제하는 입출력시스템 표준과 관련해 공진청은
지난해 7월 텍스트 에뮬레이션 모드를, 통신공사는 같은해 8월 그래픽 모드를
각자의 기준으로 제정 발표했다.
*** 공진청은 텍스트 에뮬레이션/통신공은 그래픽 모드 제정 ***
텍스트 에뮬레이션 모드란 주로 문자로 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글자꼴을 내장하고 있다가 바로 화면에 튀어나오게 함으로써 처리
속도가 빠르고 값이 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비해 그래픽모드는 모든 정보를 그림형식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글자도 한자한자 그림을 그리듯이 출력된다.
이 때문에 문자의 출력속도는 느리지만 각종 그림이나 도표등 화상정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용컴퓨터 시장에서는 KS규격인 텍스트 에뮬레이션
모드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행정전산망에서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공사는 교육용 컴퓨터의 경우 도표 도형등 화상정보처리능력을
중시하지 않을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그래픽모드의 입출력시스템을 선택했다.
*** 통신공 올해 국민학교에 컴퓨터 300만대 보급 ***
이방식은 아직 우리나라 컴퓨터시장에서 소수만 이용하고 있지만 통신공사가
금년부터 이 방식의 컴퓨터 300만대를 국민학교에 보급하게 되면 앞으로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컴퓨터구매자등 이용자와 업계.
두 규격이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긴 하나 서로 호환성이 없다는 결정적인
취약점이 있으므로 통일적인 표준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결국 이중투자를
강요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공진청 김진철 기전표준과장은 "지난해 KS규격을 만들때 과기처
상공부 업계등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을뿐 아니라 텍스트 에뮬레이션
모드로도 큰 불편없이 화상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며 "지난 2월 통신공사에
KS규격을 따라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 그래픽모드는 선진화 추세 ***
한편 통신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선진
기술인 그래픽모드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텍스트 에뮬레이션
모드는 행정전산망등 문자정보만을 다루는 특수용도로 이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에서는 컴퓨터 도입초기에는 텍스트 에뮬레이션모드를 많이 사용했으나
컴퓨터이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그래픽모드가 날로 확산, 더 넓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