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학자 손영종씨 (63. 북한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연구실장) 와
아들 경한씨 (40. 변호사) 가 16일 일본 동경팔레스호텔에서
상봉한데 이어 부인도 17일 남편 손씨와 40년만에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부인 김선순씨 (62. 부산시 동래구 칠산동 195의4) 는
이날 오후 8시50분쯤 남편 손씨가 묵고 있는 팔레스호텔에서 만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지요"라고 말문을 뗀뒤 손씨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시누이 영숙 (60) 영부씨 (58) 와 함꼐 JAL편으로
김해공항을 떠나 동경에 도착했었다.
대학 3학년생, 스물세살의 청년으로 집을 나갔던 남편도 감격 절반,
수줍음 절반으로 짐짓 얼굴을 돌린 아내의 손만을 꼭 쥐고 있었다.
손씨부부가 헤어진 것은 전쟁이 한창이던 50년. "잠시 학교에
다녀오겠어"라며 집을 나섰던, 당시 서울대 사학과 3학년이던 남편은
그후 40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부부라지만 결혼한지 갓 두해, 그중 같은집에서 오순도순 새살림을
꾸렸던 기간이라고는 고작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어찌보면 어설픈
신혼부부로 헤어진 것이다.
남편을 기다리며 40년을 수절해온 아내는 이래서 더 한이 맺혔었다는
옛일을 이야기 했다.
역사학자인 남편의 이야기는 때론 논리적이고, 그래서 차갑게
들리기도 했다.
"우리를 헤어지도록 한 것은 역사가 만든일인데, 내가 미안하다고
생각할 일도, 처나 아들이 나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런 이야기를 헤어질때 어머니뱃속에서 다섯달이
채안됐다가 이제는 마흔살 고개를 밟고 있는 장성한 아들 (손경한) 과
아내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북에 가서 몇년만에 <불과불> 결혼을 했다. 6남매를 뒀다"는 말에도
아내와 아들, 형님과 누이동생등은 굳이 이견을 달지 않았다.
남편은 20일부터 교토를 여행하도록 일정이 짜여져 있다고 했고,
아들은 "초청자의 사정만 허락한다면 가족들도 동행하고 싶다"
고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해서 말했을 뿐이다.
부인 김씨는 임신한 몸으로 남편과 헤어진 뒤 부산으로 피난와
아들 경한씨를 낳았으며, 시숙 영춘씨 (66. 서울 거주) 의 도움을
받으며 지금까지 수절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