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통치기 맞아 확고한 의지반영 ***
*** 야당출신 의원입각 통합정신 살려 ***
노태우대통령의 <3.17 개각>은 개각을 단행하는 시기와 주변분위기로 봐
한마디로 다목적용 성격을 띠고 있다.
3당통합과 민자당창당에 따른 전혀 새로운 정치구조형성과 노대통령의 본격
통치기라는 정치적 환경, 위기로까지 표현되는 경제난, 불안한 민생치안등
복합적인 요인이 이번 개각에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같은 다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개각의 폭도 광범위
할수밖에 없고 각료인선도 이른바 신사고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며 이번 개각이 총리가 유임됐으나 <준조각>의 성격을 갖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된다.
우선 이번 개각은 국정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위에서 열거된 수요와 환경을
충족시키기 위한 여러가지의 배려가 담겨진 흔적을 찾을수 있다.
강영훈국무총리의 유임은 대안이 없었기도 하지만 재임중 대소과오가 눈에
띠지 않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된 민주 공화당에서도 거부감이 없으며
15개부처에 달하는 부처의 장이 바뀜에 따라 대통령의 통치흐름을 지속시키
려는 의중이 배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대통령이 서동권안기부장을 유임시킨 것은 워낙 신임이 두텁기도 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물론 내각에 민자당의원이 5명 입각하고 민정 민주 공화계에 2대 1로 안배
함으로써 통합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강총리와 서안기부장 이상훈국방, 측근중
측근인 박철언정무장관의 유임과 홍성철비서실장의 통일원장관 기용등으로
노대통령은 본격 통치기를 자신의 페이스로 강력히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부총리를 포함 거의 전멸되다시피한 경제각료는 경제를 위기상황으로까지
악화시킨데 따른 인책성격이 강하고 사실 3.17 개각의 골격도 경제팀의
쇄신에서 찾아볼수 있다.
조순부총리를 장으로한 현경제팀은 5공때부터 안정 기조를 유지해온 물가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수출부진과 무역수지 적자회귀, 실명제등 경제개혁
정책에 대한 논란, 전/월세값 폭등, 실업율증가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
났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경제개혁을 주도한 문희갑청와대경제수석이 대구서갑구보궐선거에
출마함으로써 6공초부터 경제를 이끌어온 경제팀은 완벽하게 퇴짐한 셈이며
이때문에 이승윤부총리가 이끌 새로운 경제팀은 종전과는 전혀다른 기조의
경제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경제팀이 경제개혁을 통한 분배문제 해결, 그리고 안정을 추구했지만
한마리의 토끼를 잡는데도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이승윤부총리의 기용배경도 여기서 찾아볼수 있을것
같다.
이부총리는 70년대 성장과 수출을 주도한 남덕우전총리의 서강스쿨
멤버이고 청와대경제수석에 임명된 김종인보사장관도 같은 학파출신으로
안정보다는 성장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신경제팀은 <성장 드라이브>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제개혁을 주장해온 조부총리와 문수석등이 물러남으로써 실명제
토지공개념확대등의 개혁정책이 다소 퇴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토지공개념의 경우 재벌을 제외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또
당위성이 인정되고 있으나 실명제는 현시점에서 <과욕>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고 최근의 부동산투기와 증권시장침체등이 모두 실명제실시방침천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해되온게 사실이다.
이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실명제 토지공개념의 신중한 재검토>를 밝힌
것은 발상이 건전했든 아니든 일단 경제에 충격을 주는 정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날 이수정청와대 대변인이 "노대통령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는데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한 것은 효과가
미지수인 개혁보다는 속도가 떨어진 성장을 염두에 둔 인사임을 해석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개각은 또 연쇄방화사건/조직폭력배의 횡행/룸 살롱살인사건등으로
대표되는 민생치안위기의 극복을 개각의 우선과제로 설정했음이 치안관계
장관의 경질에서 읽혀지고 있다.
당초 유임으로 예상돼온 허형구법무 김태호내무장관이 경질된 것은
나약하게 인식된 공권력을 확립, 기강을 잡자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3당통합에 따른 원내안정의석확보로 일관되고 강력한 통치가
가능하게 됐다는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변인이 "노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정계개편으로 굳건한 안정의 기틀이
마련됨에 따라 새로운 진용과 체제를 갖춰 국정분위기와 민심을 쇄신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배경설명
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이와함께 대폭개각 속에 숨어있는 노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의지와
북방외교의 추진강도가 읽혀지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홍성철청와대서실장을 통일원장관에 기용하고 노재봉정치담당특보의 비서
실장임명, 그리고 이홍구통일원장관의 청와대정치담당특보 기용은 이와관련해
상당한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게 이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징을 눈여거본
사람들의 해석이다.
홍통일원장관은 이북출신으로 이산가족이 북한에 생존하고 있고 이북5도민
회장, 민족통일중앙협의회의장을 지냄으로써 누구보다 대북관계에 대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노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하다는 측면에서 그가 새로운 채널역
을 맡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많다.
그동안 대북채널을 맡아온 박철언정무장관이 3당통합으로 정치에 몰두함에
따라 창구를 홍장관으로 교대하는 의미도 없지 않는 것 같다.
또 노재봉신임비서실장도 국제정치학자로 정치담당특보 재임중 북방외교와
남북관계에 논리적/이지적 기여를 해왔기 때문에 통일원장관에서 정치담당
특보로 자리를 옮긴 이홍구특보와 함께 남북관계와 북방외교에 트로이카를
구축한 것으로 볼수 있고 종전보다는 새로운 강도의 정책도 기대된다.
이와함께 빠뜨릴수 없는 것은 노대통령의 인척으로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박철언정무장관이 이번 개각에서 유임된 것은 말할것도 없고 내무부와
체육/교통장관등의 인사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이 발견돼 그의 위상이
재확인된 것을 들수있다.
그러나 이번 개각이 민자당내 각파가 자의적으로 입각의원을 선발, 나눠
먹기식의 인상을 주고 있고 그중 일부가 능력과 경력에서 적임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음으로써 개각이 지향하는 유기적인 협조와 탄력있는 정책추진에
무리가 일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3당통합으로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노대통령의 본격 통치기를 맞아 단행된
개각으로서는 지나치게 <모양>에 신경을 쓴 흔적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그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