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형 - 내실 모두 악화 성장한계성 예고 ***
지난해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불황의 파고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결렸다.
17일 동서경제연구소가 분석한 12월말 결산법인 412개사의 지난해 영업
실적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외형과 내실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지난
86년부터 가파른 상승가도를 질주해온 우리 경제가 작년을 고비로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들어섰음을 입중해주고 있다.
***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활동 한계선상에 접어들고 있음을 반증 ***
특히 제조업체들의 매출신장률이 한자리수로 급강하했는가 하면 수출업체
들의 채산성악화가 지수상으로 가시화되고 노사분규의 홍역을 치른 금성사를
비롯,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순익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거나 무더기로
결손을 낸 것등은 기업활동이 점차 한계선상에 접어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2월 결산법인 478개사 가운데 지난 16일까지 주주총회를 마친 412개사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104조9,567억원으로 지난 88년의 95조5,359억원에 비해
9.9%, 순이익은 3조833억원으로 전년의 2조8,013억원에 비해 10.1%가 각각
증가하는데 그쳤다.
*** 전반적으로 상장사들의 영업기반 크게 악화 ***
이같은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86년 18.2%, 87년 15.7%, 88년 14.7%에 비해
4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자로 후퇴한 것이며 순이익증가율도 지난 87년
29.2%, 88년 39.4%에 비해 급격히 둔화된 것이어서 전반적으로 상장사들의
영업기반이 크게 악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은행을 제외한 394개사의 매출액은 총 98조8,857억원으로 지난 88년
에 비해 9.0%, 순이익은 2조5,769억원으로 겨우 1.5%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제조업부문은 매출액이 전년보다 11.7%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오히려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기업들의 수익구조가 점차 취약해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 원화절상과 대외통상마찰로 수출 어려워져 ***
이처럼 12월 법인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지속적인
원화절상과 대외통상마찰로 수출이 어려워진데다 노사분규로 인한 장기간의
조업중단 및 인건비 상승, 금융건축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의 급증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수출의존도가 높을수록 불황의 여파로 인한 영업실적의 악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일부 수출업체들은 원가상승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를 보였으며 일부 내수관련 업종도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지출의 증가로 인해 매출액은 예년수준의 신장세를 유지
했으나 고임금에 따른 인건비부담등으로 순이익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기계업종의 경우 건설중장비와 공장자동화기기, 농기구 등의 생산이
두드러져 매출액이 지난 88녀에 비해 20.5%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13%
줄어들었으며 노사분규 발생 회사가 많았던 철강도 자동차, 가전제품등 연관
수요산업의 내수신장세에 힘입어 매출액이 전년보다 19% 증가했으나 순이익
증가율은 1.9%에 불과했다.
섬유는 폴리에스텔과 아크릴계의 원자재 수출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5.9%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34.2% 줄었으며 운수장비도 부품업체의 노사분규와
대미수출 부진에도 불구, 매출액은 19.1%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10.6% 감소
했다.
*** 업종간에 영업실적의 기복 심해져 **
그러나 주류생산업체가 포함돼있는 음료업은 전반적인 과소비 현상속에
술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19%와 36.2% 증가
했으며 제약업도 업체간의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줄어들고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개발로 매출액과 순이익이 14.7%와 40.4%씩 증가하는등 업종간에
영업실적의 기복이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업과 기타제조업은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줄었으며 비철금속은
매출액이 8% 증가했는데도 수지면에서는 적자로 전환됐다.
한편 기업별 매출액 순위는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물산이 전년대비 11.8%
늘어난 7조6,132억원으로 1위를 기록, 지난 85년이후 5년 연속 수위를
지켰으며 현대종합상사와 (주)대우가 각각 2, 3위를 차지, 지난 88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70년대 이후부터 80년대까지 정상을 지켰던 한국전력은 8년만에
다시 상장됐으나 4위를 차지하는데 그쳤고 포항제철과 삼성전자는 4조
3,643억원과 4조68억원으로 5위와 6위를 차지했으며 대미자동차 수출이
급격히 줄어든 현대자동차는 3조8,065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는데 그쳐
88년의 5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당기순이익 부문에서는 한전이 지난 88년에 비해 14.1% 줄어들긴 했으나
7,661억원의 이익을 거둬 부산 수영만 매립지 매각으로 특별경상이익이
많았던 (주)대우의 2,151억원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1,584억원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 4위는 1,445억원의 포철,5위는 419억원의
한일은행이 각각 차지챘다.
또 적자전환기업이 속출했다는 점도 지난해 영업실적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으로 노사분규가 잦았던 풍산금속과 금성통신, 금성전기, 두산곡산,
남성경금속, 동양강철, 반도스포츠, 고려종합운수, 광주은행 등이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됐으며 금성통신과 국제상사, 고려해운 등은 지난 88년에 이어
계속 결손을 냈다.
특히 당기순이익을 낸 기업중에는 특별이익을 통해 결손위기를 간신히
넘긴 회사도 적지않아 동양고속의 경우 영업수지면에서는 96억5,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부동산을 매각해 얻은 246억원의 이익으로 적자를 매워
계정상 58억6,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금성사는 411억8,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투자자산 처분으로 734억원의 이익을 올려 18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12월 결산법인들은 지난해 영업실적이 크게 부진했음에도 불구,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유보율은 높아지는등 재무구조면에서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2월 결산법인 412개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평균 320.9%로 전녀의
416.0%애 비해 95.1% 포인트가 낮아졌으며 사내유보율은 평균 150.8%로
전년의 141.1%보다 36.7%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계열기업군에 대한 여신규제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대기업
들이 증시를 통한 직접금융에 자금조달을 크게 의존했고 중소기업들도
당국의 증시물량공급확대시책에 따라 설비/운영자금 마련등을 위한 증자에
적극 참여, 자기자본이 급증한데다 시가발행제 실시로 인한 주식발행초과금
의 적립으로 내부유보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은행업을 제외한 384개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82.0%로 전년에 비해
29.4% 포인트 낮아졌고 유보율은 177.8%로 42.7%포인트 높아져 불황속에서도
국내 제조업체의 재무구조는 점차 개선되는 바람직한 양상을 나타냈다.
업종별 부채비율을 보면 은행이 부실채권 감소와 대규모 유/무상증자로
지난 88년의 절반수준인 814%로 낮아진 것을 비롯, 내수관련 업종인 식료와
의복, 목재, 고무, 제약업종등의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좋아진 반면 석유
화학과 비금속광물, 섬유등 수출관련 업종은 부채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사내유보율도 은행과 운수창고, 도소매, 운수장비, 전기전자, 조립금속
등은 전년보다 크게 높아진 반면 어업과 섬유, 종합건설업등은 오히려
낮아졌다.
이같은 12월 결산법인들의 영업실적을 종합적으로 진단해볼때 지난 86년
이후 3년간의 호황끝에 찾아든 당면한 경기침체국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의 업종별, 기업별 성장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폭넓은 주가재편현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