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26일에는 종합주가지수 840선마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났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11.44포인트나 떨어진 833.81을 기록, 지난
88년12월2일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거래도 극히 한산, 869만주에 그쳤다.
종합지수 840선은 지난해 4월이후의 침체장에서 형성돼온 두터운 지지선
이었다는데서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최후의 조치로 평가되던 지난 12.12증시부양조치는 이로써 수포로 돌아
갔고 주가는 지난 88년말 수준으로 회귀했다.
*** 금융주증자로 자금고갈 ***
금융주는 시중은행과 증권주들이 지난해 3월의 절반수준까지 폭락, 장세
하락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치대비 지수는 15%내외의 하락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금융주를 조금씩이나마 갖고 있는다데서 체감지수는 이미 반토막까지 떨어
지고있다.
버텨오던 주식시장이 끝내 이런식의 투매로 마무리 될것인가에 대한 원망과
한숨, 가냘픈 기대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한마디로 증시움직임이 심상치 않는 것만은 명백하고 신중한 원인 분석과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 경기하락 / 실명제도 탈 ***
전문가들의 증시가 하락세로 치닫는 원인을 공급증대에 따른 자금고갈,
경기하락, 금융실명제 등 세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주와 금융업종의 과도한 증자가 주식유통자금의
고갈을 극적으로 조장했고 최근 금융주의 연쇄하락이 그 단적인 예라고
지적한다.
국민주를 통해서는 정부가, 증자를 통해서는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돈을
증시에서 퍼내갔기 때문에 더이상 적극적인 주식매입자금이 남아있지 않다는
불만인 셈이다.
둘째요인으로는 무엇보다 경기부진이 지적된다.
지난해부터 심회되고 있는 경기부진은 경제의 가치와 기업의 가치를 절하
시키고 있어 이에따른 주가의 하향조정이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증권관계자들중 특히 기본적분석을 중시하는 분석가들은 따라서 경기가
돌아서지 않는 한 주가의 반전도 기대하기 힘들지 않으냐는 의견들을 내놓
기도 했다.
주식유통자금의 구조적고갈등 이 양대요인외에 제3의 요인은 무엇보다
거액투자자들의 갑작스런 증시이탈로 설명되고 있다.
대주주와 대주주의 위장분산 물량, 큰손등 거액투자자들의 주식매각이 잇단
증시부양조치를 무력화시키면서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계는 지난해 11월이후 기관투자가들이 약 5조원의 주식을 매입했지만
기관과 주식매입이 끝난 지금 주가가 다시 떨어지는 것은 결국 거액투자자의
완강한 주식매도때문이다.
이와과련, 일부 증권관계자들은 금융실명제가 거액투자자들을 증시밖으로
내쫓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일선 지점장들도 이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서울강남지역의 지점장들은 이미 큰손들의 현금은 완전히 증시를
떠났고 팔려고 내놓은 주식만 남아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좀 색다른 관점에서 대우증권의 심양섭상무는 동경증시의 최근 폭락사태
등 세계경기와 증시의 전반적인 퇴조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심상무는 2-3년상승에 2년여하락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보면서도 심도
있는 증시대책을 호소한다.
*** 기관의 추가 지원 / 공급동결등 검토해 볼만 ***
증권계가 호소하는 증시대책은 기관투자가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지원과
주식공급전면중단, 금융실명제의 완만한 추진등으로 정리된다.
한국투신의 이근수부사장은 투신사들이 보유주식을 기금 연금등에 넘기고
이자금으로 본격적인 주식매입에 나설수 있기를 요망하고 있다.
한신의 박정욱전무는 금융실명제의 급속한 매듭을 강조하고 있고 대우의
심상무는 유상증자 전면보류, 주식보유조합설립등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외에 대기업상호지분매각유보등의 요구는 강력한 편이다.
어쨌든 증권업계는 최근의 증시는 자율기능에 의해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현상황이 더욱 심화될 경우 증권공황까지를 우려하면서 강력히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금융실명제에 대한 명확한 추진방향의 제시와 함께 공급동결책과 같은
긴급처방도 고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명제와 관련, 주식시장은 예외조치하거나 실명화하더
라도 전면 비과세하는등을 시중부동자금을 증시로 되돌려놓는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이는 동시에 부동산대책도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증권계의 노련한 지점장들은 그러나 손해를 보고라도 팔아야하는 손절매
시점은 이미 지났다며 일반투자자들이 뇌동매도를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것이 최악인 것 처럼 보일때야말로 늘 바닥권이었다는 사실을
재삼강조하고 있다.
어떻든 증권시장으로서는 잔인한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