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증시가 불안하다.
무엇보다 87년 10월 이른바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충격적인 폭락을 보였던 뉴욕이 아니라 동경증시가 주가하락을 선도하고
있다는데 불안감이 오히려 더하다.
90년 4만엔시대를 예고하면서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 풍선처럼
부풀던 지난해의 기세가 일거에 꺾여 지난 16일 최저치는 연초대비 4.8%
마이너스를 시현했다.
이같은 동경한파는 그대로 뉴욕과 런던에 이어져 세계경제에 이상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세계증시의 골짜기는 지난 연말 동구대변혁에 고무된 "고르바초프
장세"의 반동이다.
동구의 개혁열기는 92년 EC통합과 연결돼 유럽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럽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했다.
서독마르크화가 투기적 매수세를 보이고 유럽주가가 뛰어올랐다.
프랑크푸르트증시는 베를린장벽 붕괴이후 약 30%나 상승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새로운 시장확대 전망에 따른 기대상승
분위기가 오랜 활황뒤의 조정시기를 외면하고 주가상승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국내개혁이 안고 있는 본질문제가 발트연안 3국의
독립문제와 연결되면서 드러나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인종분규가
폭발하면서 지난 5일과 12일 동경증시는 고르바초프 실각설이 나돌면서
폭락장세로 돌변한 것이다.
증시는 어느곳을 막론하고 기대에 의해 상승하고 현실에 부딪쳐 하강하게
마련이다.
이번 시나리오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지만 몇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가장 초미의 관심은 지난 5,6년동안 계속해서 대세상승국면을 보여 왔던
동경증시의 향배다.
이른바 세계적 3저현상으로 고무되고 치열한 미-일 경제전쟁속에서도
지속적인 확대일로를 걸어온 동경증시에 사람들이 현기증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벌써 오래되었다.
이미 주식이 가진 내재가치나 경제상황을 탄력성 있게 반영하는 정상적인
증시가 아니라 머니게임국면이며 그것도 최종단계라는 것은 누구나 감지하고
있는 시점이다.
연말 활황기에 가부기 쪼의 외국계 증권회사들이 경계심리때문에 매입을
포기한 것이라든지 일정부가 16일 폭락후 자금지원을 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그 증거다.
87년 10월의 검은 월요일이 미국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회의가 일으킨
공황심리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일간의 경제적 불균형이라는 당면
세계경제의 근본불안요인이 과연 순조롭게 해소될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동경증시를 통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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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다시 실물경제의 세계에서 보면 종래 아시아/태평양경제권의
발흥과 대서양의 침체라는 구조아래 있던 세계경제가 소련과 동구라는
새로운 지역적 확대를 완성하고 다시 유럽의 활기가 더해지고 확대균형의
길을 순조럽게 가느냐, 아니면 소련/동구개혁의 좌초와 미-일경제전쟁의
가열화로 특징지어지는 혼란의 길을 택하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자본주의경제에서 공황이란 일종의 강제청산을 통한 자기건강의
확보라는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병적인 상태가 전제될때 일어난다고 가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페레스트로이카 대변혁이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는
낡은 틀의 가시적인 새로운 틀로의 전환이라는 과제가 있을분 "강제청산"의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 기대를 걸게된다.
단견적 변수에 급급해온 국내증시에 세계 주요시장의 이러한 장세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수 없다.